실시간 뉴스


[웹2.0 시대 글로벌서비스]테헤란밸리는 죽었다


 

올블로그(www.allblog.net)를 운영하는 블로그칵테일의 박영욱 사장(24, 광운대컴퓨터공학과 4학년)을 만난 곳은 서울 강북에 위치한 광운대 벤처창업센터. 캠퍼스 안으로 들어와 풍광을 즐기면서 나무 숲 사이 산책길을 걷다보면 한모퉁이에 '광운대 벤처창업센터'라고 조그만 팻말이 붙어있다.

그는 3층 두개방에서 7명의 동지들과 '전문 블로거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샌다. "사용자가 어떤 블로그를 쓰든 서로 연결시켜 주겠다"는 게 박 사장의 꿈. 올블로그는 2004년 정보통신부 장관 주최 벤처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뒤 그 자금으로 RSS(뉴스전송서비스) 관련 특허 3개를 출원했고, 올초 자본금 1억5천만원짜리 회사를 만들었다.

태터툴즈(www.tattertools.com)를 운영하는 태터앤컴퍼니의 노정석· 김창원사장(33)은 최근 강남과 양재역 사이 테헤란밸리에 사무실을 차렸다. 태터툴즈는 국내 프로그램다운로드형 블로그 시장 1위 기업. 정재훈이라는 개인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국내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업그레이드하면서 작년 9월 회사까지 만들게 됐다. 노 사장과 김 사장은 SK텔레콤 CI본부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에 있을 때 만나 인생을 바꾸게됐다.

올블로그와 태터툴즈는 웹2.0 시대를 일구는 신생 벤처기업이다. 웹2.0은 오픈소스와 UCC(이용자제작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포털들도 관심을 갖지만, 이들처럼 손에 식은 땀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정공법'으로 승부하지는 않는다.

수익모델과 갈등이 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웹2.0만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IT(정보기술)의 큰 획은 벤처기업들의 '용기'로 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그 용기를 현실화해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데 있어 벤처캐피털들의 역할이 컸다.

2006년 말 현재 우리나라 벤처생태계는 어떠한가.

◆테헤란밸리에서 구로, 홍릉밸리로

미국벤처기업의 요람이 실리콘밸리라면, 우리나라에는 테헤란밸리가 있었다. 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금융이나 무역업종이 자리를 비운 건물을 IT벤처기업들이 차지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밸리'가 됐다.

아직도 테헤란밸리에는 얼마전 야후코리아가 신사옥으로 이전하는 등 다음커뮤니케이션, 판도라TV, 다모임, 태터앤컴퍼니 등이 포진해 있지만, 예전같은 활기는 없다.

구로 디지털단지가 있는 구로·금천구는 지난 3월말 조사에서 테헤란로가 있는 강남·서초구를 제치고 가장 많은 벤처기업이 생긴 지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말 사이 신생 벤처기업 수는 구로·금천구가 156개로 강남·서초구의 118개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구로뿐 아니라 홍릉도 급부상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고려대, 광운대, 서울시립대 등 6개 대학의 창업보육센터를 중심으로 150여개 기업들이 산학연 연계를 무기로 뛰고 있다.

테헤란밸리에서의 탈출현상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임차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신생기업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창업단계 투자비중 20%에 불과…더 큰 문제는 M&A 등 경영컨설팅 부재

국내 벤처캐피털이 미국보다 활발히 창업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하나,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 그친다.

신생기업 사장들이 "우리나라 벤처캐피털들은 자금회수에 급급해 기업공개(IPO)를 코앞에 둔 회사가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용상태가 떨어지는 초기단계 기업들은 자금에 목말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본 인프라가 없는 것이다.

지난 달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1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던 벤처기업 수도 2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1월 현재 벤처기업수는 총 1만1691개로, 전월(1만2364개) 대비 5.5% 줄어들었다.

벤처기업 확인 수는 2004년 11월 7433개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해 왔으나, 제동이 걸렸다.

2년 전 신기술 기업으로 확인받았던 기업들의 유효 기간이 대부분 끝났기 때문이지만, 신생기업들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상, 신기술투자도 획기적인 사업아이디어도 불가능해 벤처기업수는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일단 창업에 성공하고 나름의 위치를 가진 벤처기업들마저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01년 이후 벤처캐피털이 투자기업의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비중은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까지도 불과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영화·게임 등 일부 프로젝트 투자를 통한 자금회수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벤처기업의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기업이 900여개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IPO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통신과 방송이 인터넷으로 수렴되고, IT와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관련 기술이 융복합화되는 상황에서 한가지 기술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네티즌들이 중복으로 찾는 단어가 의미있다"는 '스노우랭크' 검색기술로 웹2.0 시대 개방형 검색서비스의 선두주자였던 첫눈(www.1noon.com).

첫눈(대표 장병규 ·사진)은 상용서비스도 시작하기 전에 NHN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얼마안돼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엉덩이에 똥침을 놓기 위해 국내 1위 기업인 네이버와 한배를 탄다"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팔았다.

350억원이라는 인수가격도 논란이었지만, 첫눈의 선택은 "우리나라에서 네이버에 대항하는 검색벤처는 불가능한가"는 논란을 부추겼다.

첫눈과 네이버의 결합은 완전개방형 검색과 한국형검색이 결합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기 위한 조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투자금 회수에 급급해 M&A의 효과가 거의 없는 '이종교배'를 강요하거나, '코스닥 간판 시장'에 장외 벤처기업들을 내몰고 있다.

박영욱 올블로그 사장은 "최근 국내외 벤처캐피털로 부터 투자제의를 받고 있는데 급하지 않다. 중요한 건 치고 빠지려는 돈이 아니고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함께갈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고정석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은 "기술개발과 사업화, 경영 면에서 투자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일은 창투사의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법 개정을 통해 창투사가 초기단계 벤처에 대해 50% 이상의 지분을 획득, 경영참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과거처럼 지분투자 규모가 10% 이내에 불과해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을 견제할 수 없었던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진대제식 SW 육성론도 쉽지 않다

자본금 30억원의 이 회사에 진 전장관은 최대주주로 참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삼성전자 전무, 인텔연구소장을 지낸 이강석씨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출신의 최승우씨, 김&장의 변호사 출신인 이응진씨가 부사장으로 참여한다.

진 전장관은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소프트웨어(SW)가 나올 때가 됐고, 과감한 M&A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SW기업을 만들어 보겠다고 자신한다.

뛰어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는 IT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해외 진출을 포함한 적극적인 경영자문과 지원을 통해 투자 기업들의 성장을 돕겠다는 것.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에코시스템(Eco-system) 모델 구축에 일조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진 전장관의 의지만으로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그는 정통부 장관시절 제조업과 통신대기업 위주의 정보통신 정책을 만들고 집행했다.

IT839에 뒤늦게 임베디드소프트웨어가 들어갔지만, 정부주도로 서비스를 만들고 네트워크에 투자하면 단말기와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발전하리라는 정통부 IT정책의 가치사슬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장관으로 있을 때부터 이미 바뀌었다.

애플의 '아이팟'이나 MS의 '준'의 사례에서 보듯이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와 단말기는 일자형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상호경쟁력을 보완하고 있다.

벤처들이 주로 뛰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플랫폼과 네트워크 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군과의 활발한 정보 및 자본교류가 있어야만 승산이 있다.

진 전장관의 열정만으로 국내 벤처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구글과 휴대폰 무선인터넷 사업관련 제휴에 관여한 SK그룹 관계자는 "구글의 캐피털게인은 SK그룹의 50배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구글과 SK텔레콤을 위시한 SK그룹은 기술융합의 목표로 휘발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아니라 '생활편의형 서비스'를 보고 있다. 그래서 둘은 경쟁관계다.

국내 굴지의 그룹 SK도 힘들어하는 구글, 구글에 견줄만한 소프트웨어회사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을까.

기술과 정책,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서는, 판을 뒤엎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웹2.0 시대 글로벌서비스]테헤란밸리는 죽었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