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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성] 구멍난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


 

"위원장이 사퇴를 표명했다고요, 정말입니까?"

지난 22일 방송위원회 사무처 직원들은 이상희 위원장의 사퇴 표명 소식에 어안이 벙벙한 모습들이었다. 이날 점심 때 쯤부터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 보도가 하나 둘 터져 나왔지만, 사무처 직원들은 믿기지 않는 듯 했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 어디서나 위원장 사퇴 표명의 진위 확인과 이유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이 뒤따랐다.

방송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병이 악화돼 정밀검진을 받고 있으며, 결국 23일 오전 방송위를 통해 청와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지난 7월14일 출범한 3기 방송위는 출범한지 불과 한달 여 만에 선장을 잃고 표류하게 됐다. 지역 지상파DMB 정책방안, 디지털TV 전환정책, 방송통신구조개편 등 산더미 같은 현안을 안은 채 비상체제로 돌입한 셈이다.

이 위원장의 사퇴는 지병 악화에 따른 부득이한 사유로 보인다. 방송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77세에 이르는 고령의 나이에도 각종 현안을 직접 꼼꼼히 챙겼으며 입원 전날에도 방송위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가 이 위원장을 방송위원으로 추천할 당시 방송계에서 자격시비가 적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이번 방송위원장의 사퇴 표명을 지켜보면,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닌 지 우려감을 지울 수 없다.

방송계에서는 청와대가 이상희 방송위원 추천 설이 나돌기 시작할 때부터 고령의 학자를 방송통신 융합의 격전지 한가운데인 방송위원장이라는 책임을 지우는 것에 대해 염려가 적지 않았다.

방송위와 정통부를 비롯, 문화부, 산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방통융합에 관련된 모든 정부부처와 사업자들이 이해 득실을 놓고 치열한 경쟁과 대립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과연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 지', '존재는 하는 것인 지' 하는 의문마저 들게 만든다.

일반 기업이 사원을 채용하더라도 서류전형과 시험, 면접, 신체검사 등을 거친다. 개인의 프로필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상황에서 가치판단 능력, 면접을 통한 인성검증을 거쳐 건강검진까지 마쳐야 최종 합격자로 분류된다.

이 위원장이 지병 악화에 따라 사퇴서를 제출한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인물 검증의 기본적인 과정마저 무시한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계에서는 청와대의 방송위원 추천을 앞두고 L씨, S씨 등 특정 인물이 청와대로부터 추천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자 이들의 이름은 금새 사라졌다. 방송계의 적지 않은 이들은 청와대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 위해 후보자 이름을 흘렸다고 풀이한다. 인사의 기준이 '제 입맛에 맞는 사람', '여론의 포탄을 맞지 않을 사람'에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출범 초기부터 '코드 인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이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지병 악화까지 사전에 검증할 수 있나'하고 억울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자리만 지키라는 뜻이 아니라 막중한 임무 수행을 기대했다면 성품이나 지적 능력을 떠나 다양한 가능성과 검증 절차를 가져야 한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이상희 위원장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지닌 덕장의 면모를 갖추었지만, 결국 걱정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며 이 위원장의 건강을 염려했다. '까마귀가 날 때마다 배가 계속 떨어진다면' 우연이라도 '늑대소년'의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과연 청와대의 인사 검증시스템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일까.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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