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두고 정부와 아케이드 게임 업계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경품용 상품권 폐지, 투입 금액 및 배출액의 대폭 규제,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한 후 아케이드 게임 업계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
17일 열린 경품용 상품권 폐지 관련 공청회에서, 업계는 상품권 폐지와 투입 금액 제한 등이 이뤄지면 산업이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측에 상품권 폐지를 유보하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광부 측은 고위 당정회의를 통해 이미 결정된 사안이며,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게임산업진흥법을 통해 이를 반영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상품권 폐지 불가피한가?
지난 2002년 2월 도입된 경품용 상품권제도는 게임장에서 제공되던 조잡한 경품의 유통을 대신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용자가 원치 않는 상품 대신 상품권으로 대체해 문화산업과 아케이드 산업을 함께 활성화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
문화관광부 게임산업과 조현래 과장은 17일, 공청회에서 "상품권 폐지는 당초 좋은 의도로 도입된 것이고 사행성 게임 범람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상품권 획득과 이를 통한 환전이 게임의 주목적이 돼 사행성을 야기시키는 문제가 생겨 제도의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석 컴퓨터게임산업협회 회장은 이에 대해 "2002년 도입된 상품권 제도가 과다배출로 인해 문제가 된 것은 2004년 12월, 문광부의 경품고시와 영등위의 심의정책으로 인해 게임 이용시 당첨 점수가 경품창으로 이동, 이를 게임이용 요금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강제했고 경품배출 후 잔여점수를 삭제토록 한데서 비롯됐다"며 "이는 상품권 과다배출로 이어져 이후 연간 상품권 발행 규모가 26조 7천원에 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게임상의 획득 점수를 이용요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1인 1게임기 사용만 의무화 해도 상품권의 과다배출 등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상품권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회장은 "상품권 제도의 폐지와 투입금액 제한이 이뤄지면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다시 음지산업으로 전락해 뒷골목에서 현금거래가 이뤄지는 등 불법이 되살아나는 부작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상품권 폐지 이후의 대안과 피해 보상은?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정재문 정책분과위원장은 "상품권 제도가 폐지될 경우 상품권을 지급하던 기존 게임기 100만대는 산업폐기물로 전락하게 되고 상품권 발행사의 도산 및 고의 부도 등으로 인해 현재 업소가 보유한 상품권 3천700여억원 또한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다"며 "업체 또한 상당수 도산, 이를 통한 산업 피해 규모는 약 5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위원장은 "상품권 폐지를 유보하고 현재 업계가 요구하는 대로 당첨점수의 게임이용요금 사용허용 등 몇가지 조치를 취해본 후 그 후에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병호 경품용 지정문화상품권 발행사협의회 회장은 "사행성 확산의 원인은 상품권제도가 아니라 상품권의 과다 배출과 환전"이라며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품권 제도 폐지는 게임장이 다시 사행화, 음성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이번 폐지 조치로 업계가 큰 손해를 입게 됐고,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현래 과장은 "이미 총리와 당대표가 참여하는 고위 당정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기본적으로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일"이라고 밝혔다.
조 과장은 "정부의 배상여부 등에 대한 법률적인 자문도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로 알고 있다"며 "적절한 유예기간을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상품권의 유통은 오는 2007년 4월 28일까지로 설정된 유예기간 동안에만 허용되며 이후에는 금지된다.
◆ 문화관광부 책임소재 및 배상 요구 거셀 듯
김민석 회장은 "지금의 상품권 과다배출은 분명 문화관광부의 정책과 영등위의 게임 심의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현실적인 고려없이 여론 눈치만 보는 졸속행정으로 상품권 제도를 폐지시킬 경우 그 피해는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집행으로 인한 것이니만큼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폐지가 강행될 경우 업계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헌법 소원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재문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유보 기간 동안 정부와 업계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 연구 용역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한다"며 "이들 연구 용역을 통해서도 같은 결론이 날 경우 우리 업자들은 이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현래 과장은 "이미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일"이라며 "게임업자들과 상품권 발행업자들이 남은 유예기간 동안 상품권 사용을 줄여 나가도록 하는 방법외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석 회장은 이를 두고 "아직 정기국회가 열리지 않았고 입법화 되지도 않았는데 누가 이를 결정했단 말인가"라며 "이미 다 결정된 사안을 통보하려면 공청회를 왜 열었는지 묻고 싶다"며 반박했다.
김회장은 "상품권 폐지가 강행될 경우, 그동안 상품권 제도 도입을 추진했던 문화관광부 등 정책 담당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게임이용창에서 획득한 당첨점수가 상품권 배출로 강제되도록 경품창으로 이전되도록 한 과정에 대해 컴퓨터산업연합회의 이름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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