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보도된 가짜명품 시계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가짜라는 사실이 괘씸하기 보다는 명품에 눈이 먼 일부 계층의 허영심이 빚어낸 웃지못할 촌극이라는 점과 인정하기 싫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또다시 확인했다는 점에 더욱 허탈해 하고 씁쓸한 느낌을 갖는 것 같다.
20만원짜리 시계를 차고서 스스로 8천만원이라고 믿은 채 '폼'잡는 사람을 생각하면 차라리 슬퍼진다.
경찰이 서둘러 전면 조사에 나서고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민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가짜 상품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짜 양주, 가짜 포도주, 가짜 의류, 가짜 담배에서부터 유명연예인의 가짜 캐릭터, 가짜 교통사고 환자, 가짜 교도소 로비스트, 심지어 가짜 김정일 정력제까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들만 놓고 봐도 우리 생활 구석 구석에 '가짜'가 판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 유명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되는 명품 시계 8개중 7개가 가짜였다는 결과도 나왔다. 올들어 위조상품(짝퉁) 신고자, 이른바 '짝파라치'중 어떤 사람은 5천만원의 상금을 챙겼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래서 제조업체들은 가짜 제품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또 홀로그램 포장에서부터 마이크로칩 라벨 부착, 레이저 색인 등 첨단 기술까지 동원하고 있다.
'짝퉁'의 범람은 유통질서를 붕괴시키고 건전한 산업의 발전을 좀먹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느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면도 있기 때문에 '묵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사회문제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관세청에 적발된 가짜 상품 유입 건수는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몰래 국내로 반입했다가 압수된 가짜 명품은 937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인 641건 보다도 많다. 2000년만 해도 압수된 짝퉁은 302건에 불과 했다.
또 올 상반기 중 부산경남본부세관에 적발된 가짜 명품 밀수는 모두 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건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이같은 가짜들의 창궐을 깨끗히 해결해 줄 기술로 기대받고 있는 것이 바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다. RFID는 모든 물건에 칩을 부착해 리더기로 읽음으로써 그 제품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으며, 어디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등을 자세하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시범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유·무선으로 연결될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갖고 있는 휴대단말기로 갖다 대기만 하면 어떤 제품이든 '짝퉁'인지 여부를 손쉽게 가려낼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한국유통물류진흥원은 RFID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 추적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약업체에서부터 약국까지 약품을 추적함으로써 도난방지는 물론 위조약품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응용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넓혀질 것이다. 그러면 시계든, 양주든, 가방이든 짝퉁이 발붙이기는 힘들어지지 않을까.
미국은 여권에 RFID 칩을 적용키로 하고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 짝퉁 여권을 발붙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테러에도 대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RFID를 유비쿼터스 사회에 가장 유망하고 중요한 분야로 판단하고 인천 송도에 대규모 관련 클러스터를 구축중에 있다. RFID 관련 세계적인 종합연구 및 생산 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짝퉁'의 발본색원을 위한 RFID의 기술이 자칫 개인정보의 유출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 점이 RFID를 꿈의 기술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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