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매장유산 심의 또 보류…서울시 "기준 일관성 필요"

세운4구역 매장유산 심의 또 보류…서울시 "기준 일관성 필요"

2024년 첫 심의 이후 네 번째…올해 세 차례 연속 보류
"기존 심의 요구 이행했지만…이번엔 원위치 보존 제시"
"세계유산영향평가와 별개…독립적 판단·조속한 결정 촉구"

2025년 12월 12일 서울 종묘와 세운4구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종묘 앞에 자리한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의 재개발사업이 매장문화유산 보존방안 심의에서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2024년 유적 일부의 이전보존을 전제로 추가 조사와 복토까지 마쳤지만, 이번 심의에서는 원위치 보존 원칙이 제시되면서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 매장문화유산 보존방안에 대한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전날(29일) '보류'로 통보했다고 30일 밝혔다.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는 지난 21일 심의에서 '원위치 보존 원칙 및 유적 주변 공간의 역사·문화적 정체성 확보'를 이유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2024년 1월 첫 심의 이후 네 번째 보류이자 올해 8월부터 세 차례 연속 내려진 보류 결정이다.

쟁점은 유적을 현재 위치에 남길지, 다른 장소로 옮겨 보존할지에 대한 판단이다. 시에 따르면 2024년 1월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상층 유구를 해체·보존한 뒤 하층 유구를 추가 조사하고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추가 조사와 보존계획 보완을 진행했다. 같은 해 5월 국가유산청 현지조사에서는 이문과 건물지, 석축 배수로 일부가 이전보존 대상으로 분류됐으며, 해당 유적은 현재 별도 보관시설에 옮겨져 있다.

발굴현장 정리도 이뤄졌다. 2024년 8월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복토 승인을 받아 그해 11월 현장 복토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번 심의에서는 기존의 이전보존 방안과 달리 원위치 보존 원칙이 제시됐다. 시는 보존방식이 달라질 경우 유적의 보존·전시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할 뿐 아니라 건축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심의 과정에서도 보류 사유는 달랐다. 지난 8월에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확정 후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론이 미뤄졌다. 시는 당시 이미 6월 19일 종로구의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가 고시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9월 심의에서는 유구의 보존 위치와 방법 등을 현장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지난 16일 국가유산청과 관계 전문가, SH 등이 참여하는 현지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현지조사 이후 열린 21일 심의에서도 원위치 보존과 주변 공간의 역사·문화적 정체성 확보 문제가 제기되면서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시는 기존 심의에서 제시된 요구사항을 이행했음에도 새로운 보류 사유가 반복되고 있다며 심의 기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이전보존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면 그 이유와 판단 근거, 구체적인 보완사항을 제시해야 사업시행자가 후속 절차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재개발을 위해 세입자를 이주시킨 이후 임대수입까지 끊긴 상황에서 심의 지연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표회의는 지난해 12월 유산청과 정부 등을 상대로 2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20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2023년 철거, 2024년 매장유산 발굴조사 등을 거쳤다. 시는 지난해 10월 건축물 최고 높이를 기존 70m 이하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 이하로 조정하는 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올해 6월에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까지 마쳤지만,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후속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종묘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둘러싼 서울시와 유산청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유산청은 지난 5월 세운4구역 개발과 관련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구했고, 시는 해당 평가의 적용 근거와 필요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시는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법적 근거와 검토 목적이 서로 다른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둘러싼 갈등이 매장유산 심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는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4조가 현지보존과 이전보존 등을 보존조치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라 유산의 가치와 보존 상태, 활용 가능성뿐 아니라 침해되는 공익과 사익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가유산위원회가 이번 심의에서 원위치 보존 원칙과 역사·문화적 정체성 확보를 요구한 만큼, 향후 보존방안에 대한 추가 협의가 필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시는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정비사업 장기화에 따른 주민 재산권과 도심환경 개선 지연 문제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산청을 향해 그동안의 조사와 심의 경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 매장유산 보존방안에 대한 책임 있는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