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8년 동안 총 1조638억 규모의 핵심 신규 예산이 투입되는 ‘극미세적층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R&D, 이하 극미세적층형)’에 나선다. 극미세와 적층형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극미세적층형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2035년의 반도체 키워드’로 무엇을 꼽고 있을까.
유봉영 한양대 교수(이하 유 교수)는 “반도체 측면에서 엔지니어링 시대가 될 것”이라며 “에이전시 AI를 얼마나 잘 돌리는 반도체로 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개발 개념이 기존의 ‘작게 만드는 것’에서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드느냐’로 바뀔 것이란 해석이다.

효율적으로 AI를 돌리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며 나아가 시스템 관점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시장으로 돼 있는데 과연 이 방향성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종호 연세대 교수(이하 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소비 전력이 많아지면 초저전력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 반도체의 원천기술에서부터 여기에 맞춰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동 서울과기대 교수(이하 김 교수)는 “AX 확산, 초저전력 반도체,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일상화가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극미세 공정 기술과 초고성능 로직 소자 등이 원천기술이 되고 이를 통한 특허등록, 기술이전 등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K-문샷 반도체 분야에서는 극미세와 적층형 반도체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중심이다. 극미세는 전공정, 적층형은 후공정이다. 극미세와 적층형이 앞으로 원천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주 한양대 교수(이하 박 교수)는 “적층형 반도체 근간에는 극미세 공정이 있다”며 “뿌리가 흔들리면 안 되는데 적층형 반도체만 하다 보면 어느 하나가 발목을 잡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전공정인 극미세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산학연이 한 팀이 돼 기술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공공팹”이라며 “미국 뉴욕주의 알바니팹, 벨기에의 IMEC 등과 같은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바니팹은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공공-민간 협력 첨단 반도체 R&D 팹’이다. IMEC는 벨기에 지방정부의 공공 자금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모여 비용과 리스크를 나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R&D 컨소시엄 팹’으로 알려져 있다.

알바니팹과 IMEC 같은 연구소를 만드는 게 필요한데 문제는 예산이다. 박 교수는 “최소 수조원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이라며 “그럼에도 반도체 소재 등 R&D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공공팹이란 산을) 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IMEC에서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예컨대 플라스틱 망치와 못으로 작업하다 필요에 따라 쇠망치와 쇠못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공공팹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IMEC에서는 여러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메모리 중심으로 위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연산, 센서 등 메모리 중심으로 돼 있다”며 “제한적이면서 부품회사로 끝날 것이냐, 아니면 전체 시스템 영역으로 갈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의 GPU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규격에 맞게 제작해 공급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엄격한 규격이 있는데 이 규정에 딱 들어맞게 만들어야 한다. 운신의 폭이 좁은 셈이다.
김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로 시작했는데 제조보다는 원천기술로 나아갔고 유럽은 이른바 장인정신으로 IMEC 등을 통해 비즈니스화 전 세계를 불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메모리 중심 생산만 하다 보니 원천기술을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를 두고 “요리해서 팔아야 하는데 우리는 양파만 판 셈”이라고 설명했다.

초저전력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핵심으로 꼽힌다. 유 교수는 “초저전력은 초방열과 연결되는데 앞으로 AI 시대 반도체는 초저전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문샷 반도체 부문에서는 초저전력과 관련해 지금보다 수십분의 1, 혹은 수백분의 1 수준으로 갈 수 있는 기술에 도전장을 던진다.
인력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목됐다. 중국의 경우 대학과 연구소가 연합해 초고속으로 구조적·물질적 아이디어를 산업계에 수혈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관련 인력 양성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대만의 독특한 산학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유 교수는 “대만에서 가장 파워플한 대만 칭화대와 양명 교통대 등 두 대학이 신주과학산업단지(대만의 반도체 단지)에 있다”며 “학교가 반도체 단지 안에 있으면서 기업체 지원 등이 곧바로 이뤄지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이 어마어마(?)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디램(DRAM)만 보더라도 (관련분야를 넓게 고려해도) 서울대에 관련 전공 박사학위자 배출인원이 10여명 수준 밖에 안 된다”며 “메모리는 기업체가 워낙 잘하다 보니 관련 과제가 적다”고 말했다.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에서 우리나라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K-문샷 반도체 미션은 단기적 기술 보완을 넘어 기존의 컴퓨팅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는 ‘반도체 대전환(SX)’ 프로젝트로 통한다.
초고도화 극미세(Extreme-scale) 반도체 기술개발이 첫 번째이다. 물리적 한계 한계에 도달한 2nm(나노미터) 이하 공정을 돌파하기 위해 10Å(옹스트롬) 이하의 차세대 원자 수준 극미세 소재·공정·분석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여기에 초고도화 적층형(3D Stacking) 반도체 기술개발이 뒤따른다. 이종 칩 사이 데이터 병목을 제로화하기 위해 차세대 3차원 적층 메모리(HBx) 기반의 통합 설계 기술과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ybrid Cu Bonding) 등 차세대 첨단 패키징 신소재·공정을 실증한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은 극미세·적층형 반도체 개발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다가오는 AI 시대에 걸맞은 반도체 시장으로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가 AI 시대를 맞으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