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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95% 장악 '연성 내시경'…228억 투입, 국산화 나선다 [지금은 과학]


기술 국산화 넘어 AI 자율 조향부터 초정밀 치료까지 도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의료용 전자내시경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창업 기업인 메디인테크(대표 이치원)가 국내 대학, 병원, 연구소와 함께 일본이 95% 이상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의료 내시경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형 국책 사업에 착수했다.

주관연구기관인 메디인테크를 필두로 KERI, 서울대병원, 서울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으로 구성된 산·학·연·병 컨소시엄은 최근 ‘2026년도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조향과 초정밀 치료 술기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지능형 로봇 내시경 플랫폼 개발’ 과제에 선정돼 연구에 본격 돌입한다.

이번 과제는 올해 4월부터 2031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약 228억원(정부지원연구개발비 약 195억5000만원)의 대규모 연구비가 투입된다.

정부가 약 228억원을 투입, 일본이 95% 이상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의료 내시경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형 국책 사업에 착수했다. KERI 기술창업 기업인 메디인테크의 연성 전자내시경 장비. [사진=전기연]
정부가 약 228억원을 투입, 일본이 95% 이상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의료 내시경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형 국책 사업에 착수했다. KERI 기술창업 기업인 메디인테크의 연성 전자내시경 장비. [사진=전기연]

현재 위·대장암 등 소화기 검진에 필수인 ‘연성 전자내시경(유연하게 휘어지는 내시경)’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내시경은 의료팀이 직접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 조작하는 기계식 수동 방식에 머물러 있어 지난 50여 년간 기술적 진전이 거의 없었다. 작업 피로도가 매우 높았다. 의료인의 숙련도에 따라 진단 결과나 환자의 통증 정도에 편차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컨소시엄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에 메디인테크가 개발해 온 전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내시경에 자동차의 ‘자율주행’과 같은 개념을 도입한다. AI가 소화기관의 좁고 굴곡진 장관을 따라 최적의 경로를 찾아 내시경을 부드럽게 진입시키는 일명 ‘AI 자율 조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내시경 검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환자의 고통은 최소화하고, 검진 품질의 편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진단 영역을 넘어 고난도 치료 기술까지 아우를 계획이다. 일반적 상·하부 위장관 진단용 내시경뿐 아니라 십이지장경, 소형 담도경 등 특수 진단·치료 기기까지 범위를 확대한다. 좁은 장기 내에서도 다자유도로 움직이는 ‘초소형 다관절 수술 기구’를 연동해 병변을 정밀하게 잡고(파지), 당기고(견인), 잘라내고(절개), 꿰매는(봉합) 초정밀 고난도 치료 로보틱스 기술까지 자동화에 가깝게 구현할 예정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기관들이 역할을 세분화했다. 메디인테크는 지능형 전동식 로봇 내시경 플랫폼 개발을 총괄한다. 서울대병원은 다기관 임상 시험을 통한 플랫폼 기술 실증을 맡는다. 서울대는 진단과 수술 보조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KERI는 분광 영상용 광학과 영상 처리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DGIST는 로봇 내시경용 요소 기술 개발을 담당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KERI 배영민 전기의료기기연구단장(공동연구책임자)은 “오랫동안 연구원이 축적해 온 의료 영상과 전자내시경 원천 기술력과 산·학·연·병의 융합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독점 체제를 뛰어넘는 혁신적 국산 로봇 내시경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겠다”라며 “연구성과가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스핀오프 기업을 통해 실질적인 사업화로 이어지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균 KERI 원장은 “연구원의 우수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한 메디인테크가 국민의 건강한 삶과 보건복지에 기여하는 ‘큰 기술’을 창출하기를 기대한다”며 “2034년 기준 약 411억 달러(한화 약 6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의료 내시경 시장에서 당당히 기술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기관 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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