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 2% 부족했던 웹 2.0 컨퍼런스


13, 14일 양일간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차세대 웹 통합 국제 컨퍼런스(NGWeb 2006)'는 요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웹2.0을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끄는 행사였다. 이를 반영하듯 행사 첫날인 13일엔 성낙양 야후코리아 대표, 이재웅 다음 대표, 제프 바(Jeff Barr) 아마존 웹 서비스 담당자 등이 기조연설을 하면서 한껏 분위기를 달궜다.

이틀간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웹 2.0과 관련된 모든 얘기들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만큼 방청객들의 성원도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국내 주요 포털들과 엔비, 블로그칵테일, 올라웍스, 태터앤컴퍼니 등 중소 전문업체들의 사례 발표로 이루어진 둘째날 A트랙에는 서서 듣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성황을 이뤘다.

기자 역시 첫째날 오후를 제외하고 이틀간의 컨퍼런스를 꼬박 참석했다. 집단지성, 오픈 API, 플랫폼, 태깅 같은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각인될 정도로 웹 2.0의 논리에 세뇌당했다.

그 동안 '폐쇄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포털들이 경쟁적으로 '공개 API 제공'을 천명하면서 '열린 웹'을 지향하는 부분은 나름대로 의미있게 다가왔다. 일부 중소전문업체들의 서비스 역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야심적으로 준비된 이번 행사를 지켜보면서 허전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2%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아쉬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컨퍼런스 발표를 맡은 연사들이 비슷비슷한 내용들을 되풀이 한 것은 애써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었다. 이틀 동안 쉴 새 없이 들었던 롱테일(long tail), 딜리셔스(del.icio.us), 태그, 아작스(AJAX) 같은 말들은 새로운 문명 세례의 대가 쯤으로 이해해 줄 수도 있었다. 첨단 인터넷 행사답지 않게 발표 자료가 제 때 작동하지 않는 등의 '옥에 티'도 참을만 했다.

기자가 이틀간의 컨퍼런스를 지켜보면서 느낀 아쉬움은 바로 '핵심이 빠졌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웹 2.0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왜 웹 2.0인가?'란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화려한 기술과 첨단 서비스만을 강조하는 듯했다.

14일 오전 발표를 맡은 국내 굴지의 포털 기업들도, 또 오후를 장식한 중소 전문업체들도 자신들의 현란한 서비스를 알리는 데만 공을 들였다. 기자가 아둔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자랑하는 서비스의 어떤 점이 '웹 2.0'에 닿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14일 오전 한 방청객이 던진 질문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국내 굴지 포털의 집단지성 전략에 대한 발표를 경청한 이 방청객은 "집단지성을 강조하는 데, 정작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빠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용자를 위한 집단 지성 전략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졌다. 한 마디로 '집단지성의 주체가 네티즌이 아니라 포털인 것 같다'는 비판이었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해당 포털의 발표자는 "그 문제는 아직 고민 중이고 진행형이다"라는 다소 궁색한 답변을 했다. "해외에서도 아직 (그런 사례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웹 2.0'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기본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성'이 빠진 채 현란한 기술적 논의만 계속되는한, 진정한 웹2.0은 요원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해봤다.

배식한은 '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이란 책을 통해 "월드와이드웹은 서로 별개로 성장해 온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이 결혼해서 얻은 천재자식이다"(70쪽)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천재자식의 탄생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는 '웹'이란 새 생명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이 똑같은 지위를 누려야 한다"는 하이퍼텍스트 초기의 소중한 사상을 포기해야만 했다.

버너스 리가 1990년대말부터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을 중심으로 시멘틱 웹(semantic web)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잃어버린 낙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기자는 웹 2.0의 복잡한 이론에 대해선 잘 모른다. 태깅이니 아작스니 하는 기술 용어들에 대해서도 서툰 편이다. 하지만 사용자를 최우선에 둔다는 웹 2.0의 기본 철학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기자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진한 아쉬움을 느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로 웹2.0의 기본 철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찾기 힘들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용자들을 명실상부한 주인으로 간주할 때만 진정한 집단지성이 구현될 수 있다는 믿음을 고집하는 기자가,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 지나치게 무지한 것일까?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