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국감 리뷰] '뜨는 문화산업 집중포화'

 


'게임산업과 한류'

2005년 문화관광부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된 문화산업계 주요 이슈는 이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어느때보다 '메이드인 대한민국' 브랜드의 문화상품에 힘이 실렸던 올해, 게임과 한류에서는 '뜬 만큼' 챙겨볼 문제, 남겨지는 숙제도 많았다.

국감에 임하는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국감 첫 날, 도청 문제와 박근혜 대표 문제가 잠시 거론됐으나 기타 상임위와 비교해 무관한 주제로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정치색은 상대적으로 옅었다. 주요 이슈에는 소속에 관계 없이 크게 진폭이 다르지 않은 목소리를 낸 것 역시 평가해 줄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책 국감에 대한 의원별 편차는 여전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 등 '모범생 의원'들은 한 달여 동안 수천 페이지의 회의록을 일일이 점검하고 문제를 찾아내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으나, 심도 깊은 취재와 고민 대신, 최신기사 몇 장을 출력해 읽거나 비전문가적인 '주장'을 연발하는 의원도 눈에 띄었다.

자신의 질의 시간 외에 적잖은 시간 '잠들어' 있던 한 의원은, 방청석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가능성과 아쉬움을 함께 보여준 2005년 문화부 국감을 정리해본다.

◆ 최고 이슈, 골칫거리 '게임상품권'

2005 문화관광부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궜던 최고의 이슈는 '게임상품권'이었다.

올초 문화부는 건전한 게임장 문화를 조성하고, 문화산업을 활성화 시킨다는 취지에서 게임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22종의 상품권이 문화부의 인증을 받은 이후, 사후 심사를 통해 심사대상업체들이 가맹점 수를 부풀려 허위 작성한 서류를 제출,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 모든 상품권에 대한 인증이 취소됐다. 이후 문화부는 게임상품권 인증제를 '지정제'로 바꿨으며, 현재 9종의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상품권 제도와 종류는 바뀌었지만, 위조 상품권 유통, 현금 환전 등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 결국 게임상품권 제도는 문화부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국감 기간 내내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문화부 국감 첫 날,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9종의 상품권 대부분이 상반기에 인증을 취소당했던 것들"이라며 "허위 자료 제출이 확인될 경우 향후 2년간 심사에서 제외한다던 당초의 규정과 달리 '패자들이 부활한 이유'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의 가맹점 유효율이 상당히 낮아 실효성이 의심되며, 수십 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권 발행 수수료 관리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형준 의원은 국감장에서 위조된 상품권을 공개하며 "연간 최소 27조원 규모의 유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상품권 시장에 위조품이 난립하고 있으며, 당초 도입 취지와 다르게 현금 환전되고, 세금 탈루 수단이 되는 등 기형적인 상품권 유통 문제가 수위를 넘었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국감 첫 날, 의원들의 뭇매를 맞았던 '게임상품권' 제도는 국감의 주요 이슈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확인국감 자리에서도 여러 차례 주의와 경고를 받았다.

지난 10월 11일, 국감 마지막 날,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8천 억 규모의 게임상품권을 발행하는 9개사 중 한 곳이 지정 인쇄소를 통해 생산하기로 한 200만 장 외에 100만 장 가량을 불법으로 제작, 유통시키기 위해 미지정 인쇄소를 물색하고 있다는 통화기록을 확보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이 의원은 "진본 필름이 유출돼 불법으로 상품권이 생산될 경우 진위여부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수십 억 원 규모의 불법 상품권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당국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도 국감 첫 날에 이어 목소리를 보탰다.

11일 확인국감에서 박 의원은 "국감을 통해 여러 의원들이 지적하고, 지난 9월 30일 학계가 총리실에 보고한 게임상품권 관련 문제점들은 상품권 제도 자체를 비롯해 심의제도, 사후관리, 건전화, 산업화, 수출활성화 등 유통 전반에서 모두 시급한 조정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부 측은 이에 "관련 지적 사항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범부처 협의체를 통해 대책을 수립하고 검경단속반을 통해 강력히 규제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 영등위, 도덕적 해이, 심의 공정성 의문... '해체론' 대두

정부의 게임산업정책에 대한 따끔한 비판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 국감에서도 계속됐다.

각종 게임물 심의를 담당하는 영등위 국감에서 의원들은 "게임물을 심의해 등급을 판정하는 영등위가 회의록 서명을 위조하거나, 아케이드 게임 심의에서 심의기간을 길게는 120일 이상까지 지연시켜 수개월 씩 심의를 미루는 등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강력히 성토했다.

지난달 30일,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진행된 문화부 영상분야 산하기관 국감에서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아케이드 게임 소위원회의 심사 회의록에서 서명 위조와 직무유기 사례가 빈번하게 목격됐다"며 회의록 사본을 공개하고, 영등위의 도덕적 해이에 공세 수위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1년 동안 각 분야별 심의위원이 고정돼 있는데다, 회의의 논의 과정은 생략된 채 심의 결과만 공개돼 심의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업체별로 심의 기간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심의 지연에 따른 업계 피해 민원을 공개하고, 영등위 아케이드 심의와 관련한 업계 유착 시비를 가리기 위해 감사원 감사청구안을 발의하자고 문광위에 제안했다.

비판을 넘어 영등위를 해체하고 새 판을 짜자는 '대안기구론'까지 등장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과 김재홍 의원은 "심의 과정에 대한 의혹, 절차상의 문제, 회의록 허위 기재 등의 문제로 영등위가 '위법의 총체적 집합기관'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으나, 현재의 영등위 조직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 수 없다"며 "새로운 대안적 심의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류 전진기지,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 '잡음'

게임관련 정책과 함께 의원들의 송곳 질의 대상이 된 주제는 문화부 산하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의 파행운영 문제였다.

의원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한류 관련 사업을 총괄해 온 아시아문화산업교류재단이 정부 지원 예산을 전용하고, 이사회를 열지 않고도 이사회가 진행된 것처럼 조작하는 등 재단 운영에 여러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 한나라당 이재웅, 김충환 의원 등은 "신현택 이사장 등이 수천만 원의 예산을 현금으로 집행하고도 사용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거나, 성과 없는 연구 용역에 수천만 원의 돈을 지불하는 데 이어 이사회 회의록을 허위 기재했으며, 신임 사무처장 채용 및 처우 등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재단 신임 사무처장을 추천한 사람이 정동채 문화부 장관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대해 문화부 측은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아문재단을 둘러싼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정동채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부 업무상 행정적 미숙이 있었을 따름"이라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 저작권, 디지털 시네마 등 최신 현안 논의 아쉬워

국감을 통해 한번 쯤 제대로 짚어줬으면 했던 저작권 문제나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있는 디지털 시네마 등 핫 트렌드 이슈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의원은 많지 않은 듯 했다.

일부 의원들이 보도자료를 통해 한 두 줄 관련 주장을 싣기는 했으나, 영진위 국감 당시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이 디지털 시네마 관련 지원 문제를 잠시 언급했을 뿐,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IT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저작권 문제나 세계가 경쟁하고 있는 디지털 시네마 구축 사업을 수준있게 논하는 의원은 찾아보기 어려워 아쉬움을 남겼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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