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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일본 온라인 게임 현장을 가다


 

바람이 분다.

게임 산업의 천국이라는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에 한류 게임바람이 불고 있다.

5년 전 막막한 표정으로 일본에 여장을 푼 한국 게임업체들이 이제는 일본 게임머들의 입맛을 알아차린 것일까.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비디오 콘솔 게임의 강국인 일본. 그러나, 뒤쳐진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지난 5년 동안 일본 스타일에 맞는 온라인 게임, 그리고 그들이 안 하고는 못 베기는 게임에 대한 연구로 밤을 지새고 또, 문을 두드렸다. 이제 그 나라 사람의 입맛을 알아차렸으니, 이에 맞는 식단표를 잘 짜서 먹음직스럽게 내놓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드라마, 영화로 이어진 한류 열풍이 게임한류로 이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즐거운 상상'이 도쿄 시내를 달리고 있는 기자의 머리 속에 잠시 스친다.

◆ 넥슨재팬,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에 '에너지' 집중

15일 오후 3시 버스가 좁다란 골목길에 멈춰 섰다. 도쿄 시내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신카와 츄우오크.

버스에서 내리자 넥슨재팬 본사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는 작은 건물이었지만 일본 특유의 깨끗하고 조용한 골목거리 분위기 때문인지 무척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넥슨재팬은 이 건물의 4, 5층과 건너편 건물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직원 수는 100명에 약간 못 미치는 90여명. 현 상태로 사세가 더욱 커진다면 내년엔 6, 7층까지 확보해야 부족한 사무공간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현지 강태영 운용부 부장의 말이다.

지난 2000년 9월 '바람의 나라' 정식 서비스를 시작으로 2002년 12월 정식 법인을 설립한 넥슨재팬은 일본 온라인 게이머들을 잡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에너지를 이곳에 집중시키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작년보다 3배 많은 약 30억엔(300억원), 내년에 60억엔(600억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사장은 "본사에서 해외로 비즈니스를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특히, 일본 쪽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일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과거엔 온라인 게임 시장에 의문을 품고 어정쩡한 자세였다면 이제는 확실한 타이밍을 보고 돌격하고 있으니 잘 될 것이란 표정이다.

리 사장은 또 NHN과의 합병설을 넌지시 묻는 질문에 "콘텐츠와 서비스 측면에서 여러 파트너 중 하나로 협력 가능성은 있지만 그 이상의 상상은 기자들의 생각이라고 본다"며 "사실 현지 사업준비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며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예상대로 기자의 질문이 우문이 되어버렸다.

◆ 일본 온라인 개임 시장, '블루오션'을 잡아라!

일본 현지 온라인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5년 전보다 한껏 성숙해 있었다.

일본의 파이널환타지가 동시접속자수 13만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이어 한국 기업인 그라비티의 라그나노크가 8만∼9만, 게임포털 한게임이 8만명,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가 3만명 수준을 기록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중에서 넥슨 재팬이 메이풀 스토리(동접 2만), 마비노기(1만) 아스가르드, 테일즈 위버, 그랜드 체이스 등 총 8개 게임서비스를 통해 동시접속자 수 5만 정도를 기록 중이다.

순수 온라인 게임만을 포함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 경제산업성 소속 수도권정보벤처포럼 '온라인게임 연구회' 분과회에서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연말 일본 내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한 938억엔(한화 9천380억원)에 달한다.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 물이 뜨거워지고 막 끓기 시작한 양상이다.

"일본의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절대 작은 사이즈는 아니다. 현재 일본의 인터넷 사용자를 감안하면 앞으로 3배정도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1인당 매출액도 한국의 3.5배 수준이다. 한국의 10배정도 시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리 사장이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에 낙관론을 폈다.

일본의 인터넷 보급률을 감안하면 향후 시장의 성장 폭이 더 크다는 기대감이다. 또한 콘솔 게임과 온라인 게임에 대해 일본 이용자들의 기대치가 다른 만큼 파고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온라인 게임을 아는 이용자 중 오피니언 리더층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러한 측면에서는 한국과 미국을 따라가는 추세라는 것.

그럼, 일본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 게임업체들에게 미래의 잠재적 위협은 없을까.

리 사장은 일본의 거대한 자본과 브랜드, ISP 사업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온라인 게임 시장 상황도 급격히 달라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휴대폰과 TV 문화가 강한 일본 사용자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모바일이나 차세대 비디오게임의 성장 가능성 높다.

PC기반의 온라인게임이 아닌 콘솔기반의 온라인게임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이 확장될 경우 PC기반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들이 자칫 불리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넥슨 본사가 모바일게임업체 엔텔리전트를 인수한 것도 본격적인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증거다. 넥슨재팬은 특히 내년부터 일본에서도 번호이동제가 시행돼 모바일 게입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하고 NTT도코모와 KDDI 등 일본 유수 이동통신사업자들과 긴밀한 접촉을 진행 중이다.

과거 일본 메이커들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개발 프로세서나 운영 노하우에 대해 이해를 잘 하지 못했다. 또한 콘솔 게임 마인드로 온라인 게임을 하기는 어렵다는 게 여태까지의 한국 업체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게 넥슨재팬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넥슨재팬 강태영 부장은 "최근 선보인 몬스터 헌터라는 콘솔류의 온라인 게임은 정말 겁난다"며 "일본 업체들에게 온라인 게임에 대해 물으면 예전엔 '그냥 준비중이다'라고 얘기했지만 이제는 '언제쯤 할거다'고 말하는 위협단계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현지화는 언어보다는 문화적 접근을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는 리 사장의 말을 뒤로하고 발길을 NHN재팬으로 돌렸다.

◆ NHN재팬, "게임커뮤니티에는 무언가가 있다"

오후 5시경 버스가 NHN재팬이 자리한 에비스(Ebisu) 가든 플레이스에 도착했다.

광장 뒤편으로 50층은 족히 됨직한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역삼동 스타타워를 방불케 하는 높은 빌딩 건물이었다. NHN재팬은 이 건물의 31층과 6층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에비스는 일본 맥주회사 브랜드. 원래 맥주회사인 일본맥주회사(현 삿뽀르 맥주의 전신)의 양조장이 위치한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재개발로 큰 건물들이 들어서 우리나라의 테헤란이나 강남과 비유되는 곳이란다.

NHN재팬이 이곳에 자리한 이유도 일본의 화이트 컬러들이 모여있는 에비스가 좋은 인재를 뽑는 데 알게 모르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탁 트인 공간에 직원들이 PC 모니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NHN재팬의 260여명 직원 중 90% 정도가 현지인이다. 그러나, 플랫폼 개발자 인력이 부족해 항상 고민이란다.

지난 2000년 9월 오픈한 NHN 재팬의 일본 한게임(www.hangame.co.jp)은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초기 하루 최대 동시접속자수 2천명을 시작으로, 2002년 5천명, 2003년 5만명으로 증가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1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 12월에는 월간 인터넷 정보지 '야후 인터넷 가이드'가 주최하는 '올해의 베스트 사이트' 엔터테인먼트 부문 1위에 선정됐으며 현재 일본 웹게임 시장에서 회원수 1천4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야후게임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천양현 NHN재팬 사장는 "야후재팬의 시가총액이 38조에 달할 정도로 일본에서는 야후가 대부분의 웹서비스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며 "그러나 한게임이 게임포털 분야에서 야후게임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70%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고 말한다.

현재 '온라인 게임 인지도'에 대한 NHN재팬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게임 26%, 라그나로크 11%, 야후게임이 10%, 파이널환타지가 8%, 리니지가 7% 순이다.

천 사장은 또 "처음에 검색을 메인으로 게임,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게임포털을 만들려고 했는데 어떤 모양이 바람직한지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NHN재팬은 한게임재팬을 통해 현재 120종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쿠루루'라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신규로 오픈, 게임/아바타/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246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벌어들이고 올해엔 매출 6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는 상대방과 대전을 하거나, 우리의 경우처럼 약을 올리는 게임이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게임 아이템에 대한 거래가 있기는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사용자들의 지나칠 정도의 예의와 모범생적 기질이 게임 쪽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았다. NHN재팬도 이점을 유의해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람 쿠루루 사업부 부장은 "일본의 초-중-고생들은 휴대폰과 PC 등을 매개로 한 엄청난 '소통 세대'"라며 "새로 오픈한 쿠루루의 방향성도 영 리얼 소사이어티(The young Real Society) 구축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 야후재팬이 소니 능가, 온라인 기업 성장속도 빨라

NHN재팬처럼 일본의 온라인 기업들은 대부분 명확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일본 포털 시장 1위인 야후재팬이 광고 옥션 쇼핑 등 분야에서 월 1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EC 사업이 주력인 라쿠텐이 분기당 1천550억원, 웹에이전시로 시작해 후지TV 지분을 확보해 화제를 낳은 라이브도어도 분기당 1천2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온라인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게 메겨지고 있었다.

소프트뱅크 계열인 야후재팬의 시가총액이 소니의 회사 가치와 맞먹는 38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라쿠텐이 9조원, 라이브도어가 4조원 등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행사이트 하나가 3천억엔에 매각될 정도라고 하니 일본에서의 인터넷 기업에 대한 성장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잘 알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올해 7천300만명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중 브로드밴드 보급률은 36.2%, 이용인구는 3천200만명, 1천800만 세대(38%) 정도로 아직도 1억 3천만명이라는 총 인구수를 감안할 때 시장 확대 여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얼마 전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한국 게임업체 그라비티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4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인수 금액보다는 그나마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을 호령하던 한국 게임업체가 일본 기업에 팔렸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현지 한국 기업 곳곳에서 들린다.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는 세계 게임 종주국 일본에서 '게임강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게임기업이 탄생하기가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미니 인터뷰= 천양현 NHN재팬 사장] "게임 커뮤니티는 있다"

"게임커뮤니티 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게임포털은 한 두개 게임이 떠서 하는 게 아닙니다. 한게임은 이러한 게임 포털의 모습으로 성장할 겁니다. 어뮤즈 포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양현 NHN재팬 사장은 일본에서 독특한 모델의 게임포털을 시험 중이다. 게임을 커뮤니티와 연결해 강력한 툴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되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강력한 성을 구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천 사장의 생각이다.

"현지에서 한게임재팬을 갖고 있는 NHN재팬의 가치가 겅호온라인을 능가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한국 기업이지만 그만큼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높게 받고 있는 셈이죠."

강호온라인은 소프트뱅크의 계열회사이자 그라비티의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일본 배급사로 작년 매출 300억원에 순익 20억~30억원 정도로 시가총액이 줄곧 2조원대였지만 최근 소프트뱅크가 그라비티를 인수하자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천 사장은 그러나, 회사의 상장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검토 중"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당분간은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편이 여러 측면에서 더 이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콘텐츠와 인프라가 수직 통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흐름에 잘 순응할 필요가 있죠. 기본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됩니다. 일본 한게임은 그런 점에서 게임, 아바타, 커뮤니티가 삼위일체가 되는 기업으로 성장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미니 인터뷰=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사장] "큰 숙제는 북미시장"

"현지화는 언어보다는 문화적 접근을 더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피드백을 얻고 또, 이렇게 쌍인 경험을 갖고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생각해 볼 수 없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큰 장점이라는 리 사장은 다른 시장에서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역시 큰 숙제는 북미라는 게 리 사장의 고민이다.

"게임에는 한국 스타일, 미국 스타일, 일본 스타일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한 곳에서 성공을 했다고 다른 곳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리 사장은 "지난해 카트라이더 성공을 기반으로 넥슨은 총괄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한국을 선도적 거점으로 정하고 일본, 중국, 동남아, 미국 등지로 뻗어 나가는 국제화를 지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사장은 카트라이더의 해외 진출은 하반기나 내년 중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게임이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는 리 사장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6개국에서 동시접속자수 70만명∼8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넥슨을 크레이지아케이드비엔비에 이어 100만명을 달성하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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