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정부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또는 이름을 바꿔 대폭 완화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제도적 문턱을 낮추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성이다. 조합 등 사업주체들은 급증한 분담금이나 시공비로 인해 재건축 추진에 소극적 태도여서 지지부진한 상황이 급작스럽게 전환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의지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발언으로 확인된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대책과 관련해 "정책의 기조를 규제를 푸는 정도가 아니라 지원하는 수준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10 공급대책'을 통해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의 안전진단 면제,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상향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성을 개선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1기 신도시와 관련해 박 장관은 "올해 하반기 선도지구가 지정되면 이곳들은 대통령 임기 안에 충분히 착공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기 신도시 재건축 기간 주민들이 거주하게 될 이주단지 후보지에 대한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으나 시장은 조용하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로 인해 재건축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먼저 나온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의 A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이달 들어 외지인들이 급매 위주로 거래 의지를 보이며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이 몇몇 나타났다"면서도 "그렇다고 문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아니고 주민들도 딱히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늘 나오는 정치적 공약 정도로 보는 상황인데 외지인들은 여러 선택지 중 재건축 단지가 그나마 낫다고 판단해 유입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대상 단지에선 뜨뜻미지근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며 "수요자들도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체감하는 것으로 보여 한동안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거래가에서도 이런 정황은 묻어난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백마마을 2단지'의 전용면적 132.8㎡는 이달 4일 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평형의 직전거래는 지난 12월로 8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앞서 10월엔 9억6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재건축 기대감에도 특별한 가격 변동은 나타나지 않는 셈이다.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5단지'의 전용 84.69㎡는 지난달 22일 5억5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평형의 직전 거래는 12월로 4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며 지난해 4월과 11월엔 각각 5억800만원, 5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서울 재건축 대상 밀집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5단지'의 전용 31㎡는 이달 2일과 4일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4건의 거래가 4억4000만~4억7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큰 변동은 없다.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의 전용 33㎡는 지난달 각각 9억, 8억9000만, 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평형 매물의 직전 거래는 12월로 8억8000만원이었으며 지난 9월에는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행정적인 부분에서 규제를 완화해도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해선 시장성과 사업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며 "지금으로선 대폭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기간은 어느정도 단축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건축 후에 집값이 올라도 실거주자들에겐 큰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며 "완공 후에도 결국 집을 팔아야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뿐더러 실거주 시에는 보유세가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재건축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로 볼 수 있다.
송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금리도 인하되고 거래도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장 환경이 돼야 주택을 사고 팔고, 이동하고 나가는 흐름이 형성되며 재건축 추진 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