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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8월29일-케이시 스텡걸


 

역사는 8월 29일을 영화배우 잉그리드 베리만의 생일과 기일로 기억한다. 야구에서는 루 브록이 타이 캅의 통산 최다도루 기록을 경신한 날이자 놀런 라이언이 11년 연속 한 시즌 200탈삼진으로 빅리그 신기록을 세운 날이다. 그리고 명장 케이시 스텡걸이 24년 동안 잡은 지휘봉을 놓은 날이기도 하다.

스텡걸은 34년 브루클린 다저스의 사령탑에 부임한 뒤 보스턴 브레이브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를 거쳐 1969년 8월 29일 정든 야구장을 떠났다. 빅리그 통산 1천905승 1천842패 승률 0.508로 감독 최다승 부문 10위에 올라 있다.

텡걸의 전성기는 두말 할 것 없이 양키스 시절이다. 제자인 미키 맨틀, 요기 베라, 화이티 포드 등과 함께 50년대 뉴욕야구의 최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이 기간 중 월드시리즈에 10번 진출해 7번(4년 연속 포함) 우승했다. 이 때문에 50년대 양키스는 역사상 최강팀 중 하나로 빼놓지 않고 뽑힌다.

스텡걸은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감독이다. '노교수(Old Perfessor)'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손자뻘 선수들을 자유분방하게 방치하며 팀을 이끈 인물이다. 승리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기 보다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더 즐긴 엔터테이너에 가까웠다.

스텡걸의 매력은 문법을 싸그리 무시한 괴상한 화법에 있었다. 이 때문에 그의 어록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출간됐고,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독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선수의 능력은 누군가가 친 홈런으로 신뢰를 얻는 기술이다(Ability is the art of getting credit for all the home runs somebody else hits), "자 여러분, 키 순서대로 알파벳에 따라 줄 서보시오(All right everyone, line up alphabetically according to your height), "여자와 밤새도록 노는 것은 프로야구선수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여자를 그리워하며 날밤을 지새는 게 더 해롭다(Being with a woman all night never hurt no professional baseball player. It's staying up all night looking for a woman that does him in)."

상식을 벗어나는 '말장난'에 가깝지만 그는 이 같은 화법으로 뉴욕 최고 명사의 반열에 올랐다. 극성스런 뉴욕언론들은 스텡걸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어리둥절하기 일쑤였지만 무슨 뜻인지 되물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혹시나 '촌놈' 취급을 받을까봐 두려워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보스턴에선 스텡걸의 '정신나간' 화법은 통하지 않았다. 보수적이고 완고한 보스턴 기자들은 스텡걸의 '쇼맨십'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고, 성적도 바닥을 헤매자 그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이 때문에 스텡걸은 보스턴 감독 시절을 기억에서 잊고 싶어했다.

60년 월드시리즈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빌 매저라스키에게 일격을 당한 뒤 스텡걸은 양키스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70세. 구단은 "나이가 너무 많아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스텡걸은 "다시는 70살을 먹는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구단을 떠났다.

하지만 2년 뒤 신생팀 메츠의 창단감독으로 부임, 4년간 덕아웃을 더 지킨 뒤 정든 야구장과 이별을 고했다. 이 기간 중 메츠는 내리 리그 꼴찌를 기록했지만 브루클린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연고지 이전으로 허전해진 뉴욕팬들은 스텡걸과 메츠 어느 쪽도 탓하지 않았다.

21세인 12년 선수로 빅리그에 발을 내디딘 뒤 평생을 야구장에서만 보낸 스텡걸은 86세이던 75년 눈을 감았다. 감독시절 그는 선수들의 사생활에 간섭하진 않았지만 미키 맨틀이 여자와 술을 줄이고 좀 더 야구에만 집중했다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는 얘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김형태 기자 hor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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