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여의도 한양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두고 대형 건설사들의 불꽃 튀는 수주전이 시작됐다. 여의도의 랜드마크이자 대형 단지로 사업비도 커 건설사마다 조합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히든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라는 소리마저 나온다.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 고급스럽게 짓되 분담금은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조합원의 수익 극대화를 약속하게 되면 일반분양가를 끌어올리게 되고, 이는 다시 주변 시세에 영향을 주는 파급효과가 예상된다는 진단도 나온다.

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입찰을 두고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의 경쟁이 치열하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기존 588가구를 허물고 최고 56층, 5개 동,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210실 규모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업에 총사업비 1조원을 책임 조달한다고 밝혔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제안한 공사비 7020억원 대비 약 142% 규모 자금을 책임 조달한다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제시한 공사비는 현대건설보다 720억원 저렴하며 3.3㎡당 기준 798만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7240억원으로 3.3㎡당 공사비는 824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만 해도 공사비 갈등으로 건설사들이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를 사렸으나, 이제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1월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3.3㎡당 742만원으로 공사비를 책정해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이에 조합은 지난달 3.3㎡당 공사비 840만원을 제시하며 다시 시공사 선정에 나서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들의 금융 부담 완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을 제안했다. 신탁방식사업의 경우, 시공사는 '기성불 방식'으로 공사비를 받는다. 기성불이란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공사 비용을 1개월마다 시행자가 시공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공사비 지급 재원이 없을 경우 시행자는 신탁계정대를 사용해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 신탁계정대 금리가 최근 6%대를 웃도는 만큼 포스코이앤씨는 시행자가 신탁계정대의 비싼 이자를 쓰는 일이 없도록 해 소유주들의 금융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에 맞서 사실상 '분담금 0원'을 약속했다. 분양 수익을 극대화해 동일 평형 입주 시 100% 환급받는 최고의 개발이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2020년 준공한 청담동 'PH129'는 2023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62억4000만원을 기록했고 삼성동 '라브르27'는 최고분양가 39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하게 주거 고급화를 통해 분양 수익을 높일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각 건설사들의 '공약'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건설사들이 제안한) 가격에 어떤 품질의 주택을 짓는지가 핵심적인 문제"라며 "공사비 자체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없이 정치인 투표하듯 수주전을 진행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경쟁사와 비교해 파격적인 조건에만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나중에 감당할 리스크를 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토지비가 따로 들진 않으니까 건축비만 잘 활용하면 사업성이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제시한 공사비 등 조건이 적정한지 아닌지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판단할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제3의 기관 또는 주민들 간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여의도는 하나의 랜드마크로 기능하니까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는데, (저가 위주의) 수주 이후엔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면 일반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조합원 수익을 일반 수분양자들이 부담하는 효과가 있고, 분양가가 높아지면 당연히 인근 아파트 시세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분양가의 풍선 효과를 예측했다. 임 교수는 "시공사들이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부담을 주지 않고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조합원 부담이 아니라면 일반 분양을 받는 사람들에게 부담시키겠단 것인데, 이로 인해 주변 집값이 들썩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의도 한양 아파트 외에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송파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이다. 이 단지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무리했는데,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하면서 수주전이 성사됐다.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은 4만5808㎡에 지하 3층~지상 34층, 12개 동, 1068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전체 공사비는 5050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GS건설은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GS건설은 '새로운 각오, 새로운 약속, 새로운 출발'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업계 최고 신용등급과 최저 부채비율 등 건강한 재무 상태를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노량진1구역, 한남5구역 등 재건축 대어들의 시공사 선정이 줄줄이 예정돼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