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집값이 바닥인지 아닌지, 가늠하기가 참 어려워요. 그래서인지 과거보다 신중하게 거래에 나서는 이들이 많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하고요. 금리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보수적 태도가 유지되고 있는데, 명확한 반등 시그널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규제지역이 대거 해제된 지난 1월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턱이 낮아지면서 그간 쌓여 있던 급매물들이 일부 해소되면서 가격 하락폭도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다.
청약경쟁률과 미분양주택수 등의 지표까지 개선되면서 시장에서는 바닥을 다진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에 보수적인 포지션으로 돌아선 실수요자들의 관망세도 만만찮다. 이에따라 집값은 이례적인 신고가, 신저가가 속출하지 않는 박스권 장내에 머무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3% 하락해 전주(-0.04%)보다는 낙폭이 소폭 줄었다. 서울은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초, 송파 등 강남권 일부가 내림세를 멈추고 보합(0.00%)을 기록했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비강남권은 하락세가 이어졌다. 수요자들이 선별해서 매수에 나서면서 지역별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둘째 주(5월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매매가격은 0.07% 하락, 전셋값은 0.11% 하락했다. 서울은 전주(-0.05%)보다 낙폭을 줄였으나,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로 내림세 지속 중이다. 부동산원은 "일부 지역은 주요 단지 위주로 급매물 소진된 이후 상승 거래 및 매물가격 상승하는 등 지역별로 혼조세를 보이며 전체 하락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에서도 낙폭이 줄어든 박스권 장내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집값이 올라 차익이 발생할 것이란 기대감보다 금리 고점 인식이 크고, '집값이 바닥을 쳤는지'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매수에 나서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진구 자양동 일원 더샵스타시티 전용 119.41㎡는 지난 3월과 4월 매물 2건이 각각 17억5천만원(9층, 36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과 7월 동일면적대 매물이 20억1천만원(12층), 18억3천만원(16층)에 팔렸는데 2억6천만원 하락한 가격에 올해 연이어 실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자양호반써밋 전용 40.18㎡는 지난달 6억300만원(18층)에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해 11월 전용 40.26㎡가 8억원(10층)에 팔린것과 비교해 2억 가량 하락했다. 한강변 조망을 갖춘 한강우성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매매가격이 저점에서 벗어나는 분위기지만, 같은 해 고점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단지의 전용 84㎡는 지난해 3월 15억3천만원(7층)에 거래, 이후 5개월 만에 동일면적대 매물이 11억5천500만원(4층)에 팔리며 약 4억 가량 떨어졌다가 올해 3월8일 13억9천만원(12층), 29일 12억7천만원(24층)에 매매됐다.
자양동 일원 U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거래 숨통이 트인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규제가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금리 부담이 아직 높기도 하고 집값 안정화하겠다 또는 집값이 더 내려가야 한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있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보수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다수 거래는 통계나 호가의 영향을 그나마 덜 받고 매수자, 매도자 사이의 의견이 가장 잘 반영되고 있다"며 "직전 실거래가가 기준은 되지만 지금 당장 반등 시그널이나 이런 게 없고 알 수도 없어서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올랐다, 내렸다 한다. 그래서 박스권 장내라고 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이달 첫째 주 기준 내림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한 서초, 송파 등 강남권 일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압구정 일원 미성2차 전용 74㎡는 지난 2월 24억5천만원(7층), 26억2천500만원(4층)에 거래된 이후 3월 25억원(1층)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층수와 무관하게 가격 폭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동일면적대 매물은 31억7천500만원(6층)에 거래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C부동산 관계자는 "몇 건의 거래로만 반등 또는 반락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장에선 조금 올랐다가도 다시 내려가고, 거기서 또 더 떨어졌다가 더 상승하기도 한다"며 "집값 폭등기 시절처럼 추격매수가 불붙지 않고, 진짜 실거주를 위해 신중하게 매수에 나선 수요자들이 많아서 더 내려갈 순 있지만 안정기라는 인식에 거래량은 늘고 크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가격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금리 부담을 수요자들이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 가운데, 현시점에서 바닥도 가늠하기 어려워 매수자들의 보수적 스탠스가 쉽게 바뀌지 않는 분위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 "주담대 금리가 연 4~5% 수준에 안착한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이 내달부터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면서 국내도 이같은 움직임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 집 마련 수요층들은 현 기준금리(연 3.5%) 수준에서 대출 이자 상환에 대한 능력을 갖추고 적응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시장 환경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 무역, 환율 국제 금리 수준 등과 맞추면서 나가야 해 미래 예측은 어렵지만, 시장 분위기가 전환됐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집값이 바닥에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도 바닥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부분적으로는 저점이라고 판단하는 수요가 급증할 수 있지만, 침체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지금 섣불리 투자하긴 위험하다는 보수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확실히 고점에 왔다는 신호, 시장이 완전히 저점을 벗어났다는 신호가 있을 때까지 부진한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