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월 500만원 이상, 특히 천만원 단위를 웃도는 고가 월세가 늘어나는 분위깁니다. 매물만 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요자들이 나타나 계약이 체결되고 있어요. 월 1천만원이라고 하면 연간 1억2천만원이 지출되는 건데도 말이죠. 서울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일대 하이엔드 아파트나 강남권에서 주로 수천만원을 웃도는 월세 물건이 흔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전세시장 하락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월세거래는 늘어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그간 빠르게 자리잡았고 여전히 월세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서민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고액 월세거래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현금 지출을 기꺼이 부담하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11일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월 5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는 지난 2020년 231건에서 2021년 764건으로, 2022년 1천136건으로 증가했다.
월 1천만원대 월세 거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23건에 불과했던 1천만원 이상 월세 거래는 2021년 74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153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3월까지 거래된 고액 월세는 ▲500만원 이상 180건 ▲1천만원 이상 26건 등으로 지난 2020년 전체 거래 건수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치다.
대다수의 고액 월세 거래는 중구와 용산구, 마포구, 성동구를 비롯해 강남 3구 내에서 이뤄졌다. 올해 3월까지 5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거래 계약이 성사된 단지들을 살펴보면 '타워팰리스'에서 보증금 2억에 월 700만원~보증금 10억원에 월 500만원짜리 거래가 6건 발생했다.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에서는 보증금 3천만원에 월 520만원~보증금 10억원에 월 700만원에 달하는 월세 계약이 5건 맺어졌으며, '래미안퍼스티지'에서는 올해 3월까지 3개월간 12건의 고액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전용면젹별 보증금과 월세액은 상이하나, 최저 보증금 3억원에 월 510만원에서 최고 보증금 22억원에 월 540만원까지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반포자이'에서도 월 500만원 이상 월세 계약이 12건 발생했다. 특히, 반포자이 전용 216.49㎡는 지난 2월 보증금 2억원에 월 1천200만원 조건에 계약이 체결됐다. 월 1천200만원의 월세를 연간 낸다고 가정하면 무려 1억4천400만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국세청 '2021년 귀속 근로소득 1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은 ▲상위 0.1%가 9억5천615만원 ▲상위 1%가 3억1천719만원 ▲상위 10%가 1억2천909만원 ▲50% 중위 소득자가 3천3만 원이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평균 연봉을 웃도는 금액이 연간 월세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유명인들이 거주했거나 다수 거주하는 단지로 이름을 알린 '트리마제'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도 올해 3월까지 각각 7건, 14건의 고액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특히,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는 50% 중위소득자의 평균 연봉(3천3만원)에 육박하는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60㎡는 지난 2월 보증금 5억원에 월 2천800만원, 보증금 10억원에 월 2천6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트리마제의 경우 올해만 월세 1천만원대 계약이 4건이나 체결됐다. 4건 모두 보증금은 2~4억원대로, 월세가 1천만원~1천550만원에 달한다.
올해 1월과 3월 '한남더힐'에서도 월 2천만원을 초과하는 월세 계약 2건이 발생했다. 단지의 전용 235.31㎡ 매물 2건이 보증금 2억원에 월 2천200만원에 계약이 완료됐다.
지금도 시장에서 고액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를 찾는 매물이 다수 나와 있다. '삼성서초가든스위트' 전용 189㎡는 보증금 1억에 월 1천만원~10억에 500만원대에 새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다. 트리마제의 경우 월 1천만원이 넘는 매물 40여 건이 등록돼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J중개업소 대표는 "고가 아파트나 하이엔드 단지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선 고정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선 전셋값과 여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선택하는 분위기지만 이 같은 초고가 월세의 경우 유입되는 소비자층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500만원 이상의 월세는 주로 월 수익이 많은 고소득자나, 국내 고액 부동산 자산 취득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며 "대표적으로 현금 흐름이 중요한 투자자나 국내 고액 부동산을 매수할 필요가 없는 외국인, 자금 출처 또는 고액 납세가 부담스러운 케이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