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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이령길 트레킹에 나서는 이유


[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꽃샘추위와 미세먼지가 제아무리 훼방을 놓는다 해도 사방에서 고개를 내미는 알록달록한 꽃들의 향연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 도처에는 하얗거나 연분홍빛의 벚꽃, 노란 개나리꽃, 분홍 진달래꽃이 한꺼번에 피어나 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를 뒤로 한 채 무심한 세월은 무심한 꽃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저 자연의 섭리로 솟아오른 꽃이건만, 만물의 영장들은 그 현상에 저마다 의미를 부여한다. 아름답다 또는 화사하다 등의 단어를 활용해서.

지난 26일 오후 대구 동구 금호강변 둔치에서 시민들이 벚꽃길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6일 오후 대구 동구 금호강변 둔치에서 시민들이 벚꽃길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켠에선 너무 이른 개화로 인해 벌의 활동시기와 어긋나며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란 우려를 내놓기도 하고, 식목일을 4월5일에서 3월21일 세계산림의날로 앞당기자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아름다움을 먼저 떠올리고 싶다. 각박하고 불확실한 세상 가운데서 그나마 위안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은 마음에서다.

넓은 들판이든 좁아터진 산책로 콘크리트 틈바구니든, 그저 주어진 땅을 딛고 지하 수분을 빨아올려 피워낸 그 꽃들은, 피워내기 위해 얼마나 복잡하고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을까를 생각하며 수고했다고 쓰다듬어주지 않아도 알아서 제각각의 자태를 뽐낸다.

그런데, 너무 극적인 변화가 역작용을 한 것일까. 황량했던 겨울의 정경이 초록과 울긋불긋한 꽃의 계절로 뒤바뀌면 사회 도처에서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적잖이 생겨난다는 의료계의 분석이 있기도 하다. 이른바 '계절성 우울증'이다.

포털에는 수많은 조언들이 나온다. 약물부터 규칙적인 생활습관, 운동 등이 자주 거론된다.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어 보인다. 우울증의 원인은 규명하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딱히 해소법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 원인을 파악해 내기보다는, 순간순간 현실에 충실하게 임하면서 삶의 동력을 살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충고도 많다.

우울증은 진단을 받은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마음의 병은 아닌 듯 하다. 전문의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돌아보며 "남몰래 가슴앓이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다. 사회에 범우울증 환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스스로 "나만 뒤처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진단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빨리빨리' 문화의 부작용쯤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르트무트 로자의 '소외와 가속'이라는 책은 엄청나게 빠른 기술발전 속도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소외감을 양산해내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치 핸드폰 탄생 이후 버전이 거듭 업그레이드될수록 일상생활에서 빠른 서비스를 통해 편리함을 만끽하면서도, 그로 인해 삶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토로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처럼. 우울증은 이런 틈을 파고들어 생겨나는 것일까.

간헐적 우울증을 떨쳐내는 방법으로 야외 운동을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자연이 주는 느낌도 좋지만, 육체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다. 내달 15일 오전9시 북한산 우이령길 트레킹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소민호 기자(sm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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