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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85주년] "올해도 조용"…이재용, 잔치 대신 미래 준비 '가속'


회장 취임 후 첫 그룹 창립기념일서 메시지 無…실적 부진·오너 리스크 속 투자 박차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회장 자리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85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의 생일을 조용하게 보내기로 했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자신과 관련된 여러 변수들이 더해지며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그룹 창립 85주년을 맞았지만 별도의 행사는 갖지 않기로 했다. 80주년에 제작됐던 삼성 80년사(史)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도 올해 역시 제작하지 않았다.

이 회장 역시 취임 후 첫 그룹 창립기념일을 맞았지만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물산 설립일로 의미를 축소, 별도 행사를 열지 않았다. 70주년 때도 특검 기간 중이어서, 80주년 때는 잇단 검찰 수사 등의 여파로 조용히 보냈다.

삼성은 1938년 3월 1일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상회(현 삼성물산)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87년 3월 22일 총수에 오르며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창립기념일은 이날로 변경됐다.

이 창업주는 삼성상회로 대구에서 청과물 무역을 했다. 해방 후에는 정식으로 삼성물산이라는 회사를 세워 무역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업의 틀을 세우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당시 금성사가 이미 장악한 국내 가전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고, 동방생명을 인수하며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당시 최첨단 사업이었던 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를 계기로 삼성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시작했다.

1980년 삼성 본관에서 나란히 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사진=삼성전자]
1980년 삼성 본관에서 나란히 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사진=삼성전자]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TV 사업 등을 세계 1위로 이끌며 삼성을 '명실 공히'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그 결과 자본금 3만원으로 출발한 삼성은 전자와 금융, 중화학 등 60여 개 계열사로 사업이 확대됐고, 지난해 계열사 전체 매출은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매출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진입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 중 삼성전자는 300조원 매출의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삼성 계열사 중 매출 10조 클럽에 가입한 곳은 삼성증권, 삼성생명보험,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전자 등 7곳이나 됐다.

하지만 여러 과제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역시 암울한 실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예상 매출액은 64조1천990억원, 영업이익은 1조9천71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7.6%, 영업이익은 86.2%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은 2009년 1분기(5천9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이는 반도체 불황 여파 때문으로,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한 1분기 삼성전자 DS 영업손실 추정치는 최소 1조9천60억원(현대차증권), 최대 4조4천710억원(대신증권)에 이른다.

총수인 이 회장이 여전히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관련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탓에 등기이사로도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4대 그룹 회장 중 유일하게 미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일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일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나섰다. 올 들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등 핵심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최근 초격차 전략 강화를 위한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오는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해 용인을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로 만들 것이라고 최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에 첨단 반도체 공장 5개를 지을 계획으로, 파운드리 부문에서 압도적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로봇 등 신사업 채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로봇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보통주 91만3천936주를 주당 3만400원에 장외 매수했다. 지난 1월 지분 10.22%를 59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이번에 278억원 규모 추가 매입해 지분 14.99%를 확보했다.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60조1천억원도 투자키로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들의 충청·경상·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자금을 투입시켜 지역 풀뿌리 기업과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앞서 이 회장은 작년 10월 말 취임 이후 광주를 시작으로 지방 사업장을 두루 돌며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상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가 뿌리내린 각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삼성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행보"라며 "반도체와 로봇, 차세대 통신,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성장동력을 통해 '뉴삼성'의 기틀을 차곡차곡 다져나가는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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