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만년적자' 기업으로 불리던 쿠팡이 '확' 달라졌다. 매년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대까지 적자를 이어 오더니, 지난해 3분기를 시작으로 4분기까지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통가에서는 쿠팡이 이 같은 추세라면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이마트와 롯데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우리 쿠팡이 달라졌어요"…긴장하는 이마트·롯데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서, 지난해 영업손실이 1억1천201만달러(1천480억9천만원·환율 1천322원 기준)로 전년(영업손실 1조8천39억원)대비 92%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쿠팡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3분기와 4분기 연속으로 1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쿠팡은 지난해 순손실도 9천204만달러(1천216억원)로 전년대비 93% 감소하는 성과를 냈다.

쿠팡의 영업손실이 전년대비 크게 감소하면서 '계획된 적자'가 '계획된 흑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수년 간 물류센터 등에 투자를 이어오며 '계획된 적자'라는 표현을 줄 곧 사용해 왔다. 적자를 내더라도 우선 물류센터를 확대해 '새벽배송'과 '로켓배송' 커버리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이었다.
수 년간의 투자 끝에 최근 쿠팡의 국내 물류센터는 전 국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80% 수준까지 직배송이 가능해졌고, 쿠팡이 당분간 전처럼 물류단지를 공격적으로 건설하는 일도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물류센터에 드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절감되면서 유통업계는 쿠팡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쿠팡이 빠르게 유통가를 잠식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 매출 기준 이마트·신세계(5.1%)와 쿠팡(4.4%), 롯데쇼핑(2.5%) 등 3개 사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유통시장은 600조원대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지난 1일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은 이커머스를 통한 온라인 사업만 영위하지만, 이마트와 롯데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다만 최근들어 오프라인 고객과 온라인 고객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면서, 쿠팡의 실질적 경쟁자는 타 이커머스가 아닌 이마트와 롯데가 꼽히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데믹 상황을 맞아 지금 유통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쿠팡은 이마트, 롯데와의 경쟁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C2C, D2C 등 다양한 디지털 커머스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 온·오프라인 넘나드는 고객…배송에는 배송으로 '반격'

쿠팡이 '로캣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석권하면서 이마트와 롯데도 '새벽·당일배송' 등의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고객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인데다, 대형마트를 물류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정도 바뀔 전망이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쿠팡과 붙어볼 만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마트와 롯데 등이 대형마트를 물류센터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배송과 관련해 발생하는 초기 투자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마트와 롯데의 경우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자본력을 바탕으로 장기전에 돌입한다면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쿠팡과 해볼 만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이마트는 전국 160여개 점포를 자동화 풀필먼트 기지로 활용할 수 있고, 오는 2025년까지 대형 PP(Picking·Packing) 센터를 70개 이상 만들 계획이다. 또 자동화 물류 시설을 각 거점 점포에 도입해 배송 효율성까지 잡는다는 방침이다.
롯데도 영국 그로서리 플랫폼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새벽배송 시장에 총 1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한다. 입·출고부터 자동화 물류 로봇 도입과 물류센터에 보유 품목을 늘려 1시간 단위로 원하는 고객에세 식품을 전달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가 어디까지 완화될 지가 관건"이라며 "정부가 대형마트에서 새벽배송을 허가 하느냐가 이마트와 롯데의 배송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