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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몇억씩 가격 높인 매물도 거래되네요"


강남권 고가 매물 속속 계약…전화·방문 문의도 잇달아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매수를 고려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같은 평형 매물이 한 달 전보다 3억이 올랐다고 합니다. 계좌번호를 주고받고 계약체결을 앞두는 등 속속 매물이 소진되는 분위기라 서두르지 않으면 1~2억을 더 주고 사야 한다는데 진짠지 고민됩니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온기에 서울 아파트값과 매수심리가 5주 연속 개선됐다. 규제 완화 기조와 더불어 집값 반등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주택시장 참여자들은 몇억원씩 높아진 매물 거래가 속속 성사됐다는 소식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마지막 주(30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38% 내리며 전주(-0.42%)보다 하락폭을 줄였고, 전셋값 역시 0.71% 내리며 전주(-0.75%)보다 내림세가 잦아들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지난해 말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을 담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이후 전국 아파트값은 5주 연속 하락폭을 줄여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둔화도 주효했다. 다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자-매도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시장은 혼전 양상을 보이는 모양새다.

매수심리를 의미하는 매매수급지수도 5주 연속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3.0으로 전주(72.7)보다 개선됐고,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66.5로 전주(66.0)보다 소폭 올랐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서울 전반에 걸쳐 매수심리가 꿈틀거리면서 전환 조짐을 보이나,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 수급 지수는 서울 전반적인 매수심리 개선 분위기와 반대로 위축되는 분위기다. 같은 기간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71.8로 전주(72.7)보다 악화했고, 지난달 16일 이후 3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권 매수심리가 통계수치상으론 아직 반전이 되지는 못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조금씩 활기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개월 전 매물을 내놓았지만 전화 한 통 받지 못하다가 확인하러 오겠다는 매수자가 하나둘 등장하는가 하면, 발걸음이 뚝 끊겼던 중개업소에도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방문객이 늘어나며 상담 예약이 차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를 비롯해 대형사 브랜드 단지가 즐비한 강남구 개포동 일원 E부동산 대표는 "정부가 규제를 풀자 전·월세 임대차뿐만 아니라 매매 문의도 크게 늘었다"며 "아직 국토교통부 사이트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실제 계약이 이뤄진 매물이나 계약을 앞둔 매물이 이달만 6건이 정도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중개업소도 비슷한 상황에 호가가 오르며, 수억원을 높인 가격으로 계약을 목전에 둔 매물이 있다고 귀띔했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개포동 R아파트 전용 84㎡ 호가가 지난해 말보다 2~3억원 올라 현재 27억원대에 살 수 있다"며 "현재 계약 한 건이 성사되면서 계좌번호를 주고받은 상태다. 호가를 더 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이 있어 지금 시점에서 매수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1~2억은 더 주고 사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단지의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해 12월 24억1천만원에 거래됐다.

이에 매매를 위해 인근 중개업소를 돌아본 예비 수요자들은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며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A씨는 "이달 들어 다수 계약이 됐다는 이야기에 약속을 잡고 부동산을 몇 곳 돌아봤는데,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 전화 문의가 계속 이어졌다"며 "한 사무실에 집을 보러 구경 온 5팀이 대기하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확실히 매수세가 붙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예비 수요자 B씨는 "아이의 교육 때문에 대치동 매물을 찾아 지난 주말 부동산 중개업소와 집을 몇 곳 둘러봤다"며 "중복 매물인 경우 우리 말고도 다른 부동산에서 안내한 예비 매수자들과 함께 구경했는데, 몇 팀이 더 기다린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게는 수억원씩 오른 가격대로 계약이 성사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실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매매 계약 등록 신고 기간이 30일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매수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작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한 내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데, 실거래가 되더라도 신고 기한인 30일을 꽉 채워 매매 계약을 등록하는 사례가 많다"며 "실거래 신고에 한 달여가 소요되기 때문에 실거래가 성사됐는지 여부는 발품을 팔아 직접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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