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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에 주눅 든 건 노인만이 아니에요"


인건비·재료비 상승 속 키오스크 도입 업체↑…챗GPT 확산 속 대안마련 시급 지적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카페나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자주 접하는데 메뉴가 매장마다 다르고 행사나 이벤트, 할인쿠폰 적용까지 하려다 보면 뒤쪽에 줄 선 분들 신경 쓰느라 한 번에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도 때로는 어렵습니다." (20대 여성 신 모 씨)

"아들한테 이용법을 배웠는데 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어렵네요.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눈치 보여서 직원한테 직접 말하려고 해도 이제 주문받는 직원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60대 남성)

3일 맥도날드 서울시청점에서 방문객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3일 맥도날드 서울시청점에서 방문객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속에 매장마다 키오스크 도입이 늘고 있지만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목소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지적은 노인층에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어서 챗GPT 등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이 확산되는 점을 인식, 업계의 발빠른 대처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내 키오스크 보급 현황(추정)'에 따르면 민간 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지난해 2만6천574대로 파악돼 2019년 8천587대에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공공 분야 키오스크도 지난해 18만3천459대로 2019년 18만1천364대보다 늘었다.

이처럼 일상 곳곳에서 키오스크를 만날 수 있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이용자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키오스크마다 통일된 기준이 없는 데다 키가 작은 어린이를 포함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과 장애인은 특히 키오스크를 장벽으로 인식한다. 심지어 청년층조차 매장마다 다른 메뉴로 인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발표한 '2021년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45.8%에 불과했다.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필요가 없어서',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 등이 이유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이 키오스크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불편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 47%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53%는 조작이 어려워서 불편했다고 답했고, 주문 화면 글씨가 작다는 의견도 20%를 넘었다.

고령층뿐만이 아니다. 젊은 층도 종종 키오스크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한다. 최근 한 카페를 찾은 백 모(36) 씨는 "키오스크에서 음료 4잔을 결제하고 기다렸는데 2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아 직원에게 물어보니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었다"며 "편리함을 위해 도입된 기계지만 가끔은 오히려 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도입은 쉽지만 개선은 어려운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은 최근 한국맥도날드가 작년 국정감사에서 키오스크 불편사항에 대해 지적받고 개선을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3개월째 미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전국 매장 400개 중 320개 매장에서 키오스크 922대를 운영 중인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기능이 없고,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화면 확대 기능이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음성인식 키오스크 도입을 위해 미국 본사와 기술적 논의를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과 장치를 국내에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또한 정부 정책에 따라 장애인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키오스크 업데이트를 추진 중이며 앞으로도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접근성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키오스크에 대한 불편이 지속되자 정부 차원에서도 나섰다. 최근 교육부는 스마트폰 사용, 키오스크를 통한 음식 주문 등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키오스크 등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 스타벅스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지만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았으며 향후 도입 계획도 없다. 앱을 통한 주문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 사이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스타벅스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업체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키오스크와 사람 간 공존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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