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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복현 원장은 김진태 지사를 벌써 잊었나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4년 전,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투자자 기망 행위로 기소됐다. 2020년 1심에서 송 회장 측은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들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방법은 가상자산 시장에선 빈번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송 회장의 이 발언은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 복마전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4년 전 또는 그 훨씬 전부터, 최대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오너 회장도 "포장하는 일이 빈번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니, 암호화폐 시장에서 '방귀 좀 뀐다'는 선수들로선 이런 천국이 없었을 테다.

송 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무엇보다 가상자산을 규정한 제도화 된 법이 없어 자전거래 등을 이유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게 판결 이유였다. 그리고 지난 7일 열린 2심에선 더 선명한 무죄를 받았다. 2심은 '압수수색 대상에 해외 서버가 포함되지 않았기에 여기서 취득한 자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로 판결했다.

현재 이 영역의 규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맡고 있다. 정확히는 연락처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수준이다. FIU는 주요 사업자들의 등록을 받는 주체지만, 문제가 발생해도 어떠한 조치 권한도 없다. 한번 등록하면 관련 업무를 임의로 확대하는 것(겸영 업무)에도 제한이 없다.

직권으로 등록을 말소할 수는 있다. 그러나 등록 의무 근거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신고 요건에 위배하거나, 금융법을 위반해 형사벌을 받는 경우에만 등록을 직권 말소할 수 있다. 문제가 큰 광의의 시세조종·자전거래 행위를 해도 현행 특금법으론 제재할 수 없다.

국내 최대 거래소를 운영 중인 사주가 자전거래 등의 시세조종 혐의를 받았고, 이미 4년이 흘렀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의아하다. 이런 와중에 가상자산시장은 한탕하고 빠지는 사업자들의 분탕질 놀이터로 변했다.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자기들끼리 쌈질도 생겼다. 최근 경찰에서 수사 중인 몇몇 건은 자기들끼리 자중지란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가상자산 거래소와 엮인 몇몇 코인들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나오고 기소에 이르기까진 또 하세월일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암호자산 규제 관련 주요 이슈·입법 방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거래 과정의 투명성, 공정성, 효율성 확보를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규정을 참고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통한 불공정행위 규제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하등 다를 게 없다는 취지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받아들여졌고, 많은 선진국도 그렇게 규제 방안을 만들고 있다. 우리도 관련 법이 만들어지면, 조사 권한은 금융위원회를 거쳐 금융감독원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엔 이미 주식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일 연구기관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위믹스 사태는 저희가 은행, 보험과 같은 형태의 관리·감독시스템과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라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제가 말씀드릴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상화폐로 인한 혼란이 (제도) 금융시장 안으로 넘어올 수 있기에 그런 부분을 챙겨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이 원장은 불과 2개월여 전 김진태 강원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는 발언이 금융시장에 어떤 상황을 만들었는지 벌써 잊었다. 김 지사와 이 원장은 검찰 출신 법조인답게 법전에 충실한 얘기만 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작동 원리는 애초에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이럴수록 금융당국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누가 책임을 묻진 않는다. 먼저 움직였다가 삐끗하면 욕만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입법 미비'라는 만병통치약 뒤에 숨을 일은 더욱 아니다.

윤 대통령은 늘 신산업 육성을 입에 달고 다닌다. 어떤 것이 진정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제대로 육성하는 일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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