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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고물가·고환율…'퍼펙트스톰' 빨간불


소비자·기업 경기 심리 악화…"외환위기·경기침체 본격 대응해야"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물가와 환율이 멈추지 않고 오르는 가운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우리 경제에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발생하는 '퍼펙트스톰'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며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경기마저 얼어붙은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가치 하락이 이어지며 외국인 자본이 빠르게 이탈하는 등 경기 위축 신호가 곳곳에서 켜졌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달(5.4%)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전달에는 14년 만에 5%대로 진입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상승폭을 키워 6%대로 진입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건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7월 1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7월 1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 소비자물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소비자·기업 모두 '한 숨'

물가 중에서도 소비자의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이 크게 오르며 서민부담이 가중됐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7.4% 올랐는데 교통은 16.8% 오르고, 전기·가스·수도는 9.6%, 식품은 7.7% 상승했다.

여기에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도 지속 상승하며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6월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지수는 3.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경제주체들이 예상하고 있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물가 상승압력이 커진다. 이를테면 근로자들은 현재나 과거의 물가상승률보다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함으로써 미래의 실질임금을 유지하려 하고, 사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단가를 올릴 수 있는 만큼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고유가 지속, 공공요금 인상 등 높은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물가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소비자물가뿐만이 아니라 생산자물가도 올랐다. 5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7%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의 경기 심리는 일제히 얼어붙었다.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60으로 전월대비 14p 하락하고, 향후경기전망 CSI는 69로 전월대비 15p 하락했다. 소비자동향지수란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지수로, 기준 값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현재 경기와 향후 경기 모두, 비관적 대답을 보인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걸 의미한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비관적이었다. 6월 전체 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2로 전월보다 4p 하락했다. BSI는 기업들의 현재 기업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화 해 지수화 한 수치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다.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도 전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16일 기획재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6%로 0.5%p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인 4.1% 대비해선 1.5%p 낮은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는 '스테크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단계에 진입한 만큼 경기 침체에 대응한 본격적 대응 플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테크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대응방안이 많지 않지만, 통화는 긴축하고 재정은 풀어 대응을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지금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올라가고,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단 스테그플레이션이 다시 등장하고 있어 보통의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제일 급한 건 물가안정이고, 다음으로 실업·불황·도산·채무불이행 등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정책방향에서 볼 때 본격적인 대응 플랜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 환율 올해 들어 8.80% 올라…"한미통화스이프 체결 시급해"

물가가 오르며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경기전망마저 어두워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화 가치는 지속 하락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97.30원) 보다 2.2원 오른 1299.5원에 출발해 장 초반 1299.9원까지 상승했다. 지난 1월 3일(1천185.50원) 대비해선 8.80%(114.4원) 오른 수준이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자본 유출도 늘었다. 달러가 상승하면 원화 가치는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 달러당 지불해야 하는 원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지난 1일 기준 16조5천억원이 넘는다. 코스닥시장을 포함하면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20조2천1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전문가는 환율이 오르는 만큼 외환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제기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2위로 높아 수출이 GDP의 80%를 차지하고 제조업 비중도 세계5위기 때문에 외환위기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가계부채와 물가는 극복이 가능할지 몰라도, 국제금융위기에는 대비를 해야한다"면서 지적했다.

이어 "현재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르는 등 1600원까지 올랐던 2008년도와 상황이 유사한 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에 풀린 6조달러가 환수되고 환율이 올라 신흥국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이며 현금비중도 5% 뿐이라 한미통화스와이프와 한일통화스이프를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퍼펙트스톰 수준의 위기가 닥친 만큼 대응능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열린 시장전문들과의 간담회에서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고 어쩌면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면서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에 대비해 위기 대응능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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