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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성공-르포] 우여곡절 끝, 마침내 ‘우주로 가는 길’ 만들다


대한민국, 1.5톤급 탑재체 수송 발사체 가진 세계 7대 국가에 이름 올려

누리호가 21일 오후 4시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항우연]
누리호가 21일 오후 4시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항우연]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누리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이 나로우주센터 전체를 뒤덮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비행하는 순간이었다. ‘나를 쳐다보라’는 듯 엄청난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연히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21일 오후 4시 발사대에서 솟구친 누리호는 나로우주센터 전체에 로켓 특유의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로 힘차게 솟아올랐다. 이날 발사대에서 산너머에 있는 프레스센터에서도 누리호를 볼 수 있었다. 발사된 누리호가 잠시 뒤 산 위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화염을 길게 내뿜으며 우주 공간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마침내 하늘로, 우주로, 미래로 발사됐다. 누리호는 전날부터 발사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이 정해놓은 절차가 착착 진행되면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발사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된 점은 없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모든 과정이 이어졌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누리호 발사. [사진=정종오 기자]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누리호 발사. [사진=정종오 기자]

이날 프레스센터에는 외신기자들도 많이 보였다.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자 하는 열의가 느껴졌다. 국내 취재진들도 전날 도착한 이들과 이날 도착한 기자들까지 약 100여명이 분주히 움직였다.

누리호 2차 발사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번은 기상상황이 안 좋아, 한 번은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이상으로 두 차례 연기됐다.

지난 15일 발사대에 기립까지 한 누리호는 안타깝게도 오후에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고장으로 발사대에서 조립동으로 다시 이동해야 했다. 방송사와 신문사 등 취재진 100여명은 허탈한 심정으로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뒤로 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을 비롯해 연구원들이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누리호 성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이상률 항우연 원장을 비롯해 연구원들이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누리호 성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이후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교체를 위해서는 1, 2단을 분리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6월 발사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그랬던 분위기는 누리호가 조립동으로 이동한 후 점검창을 열었을 때 급변했다. 1, 2단을 분리하지 않고 누리호 3호기의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2013년 나로호 등 그동안 축적된 경험이 ‘빠른 대응’을 이끈 한 배경이었다.

빠르게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누리호는 21일 재발사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취재진들은 일주일 사이에 두 번씩이나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내려와야 하는 ‘고단한’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도 취재진들은 대한민국의 우주역사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여서 열정적으로 취재에 나섰다.

15일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 얼굴을 비쳤던 취재진들이 20일 속속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지친 표정은 역력했는데 모든 게 순조롭게 이어지자 기대감이 잔뜩 묻어났다. 며칠 전 기상예보로는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예보는 거짓말처럼 21일 당일 뒤바뀌었다. 21일 아침이 찾아오자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구름조차 벗겨지고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지상풍도 기분 좋을 정도로 잔잔하게 불었다. 고층풍도 몇 번의 측정결과 누리호 발사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식 브리핑을 했다. [사진=정종오 기자]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프레스센터를 찾아 공식 브리핑을 했다. [사진=정종오 기자]

이후 21일 오후 일정도 순차적으로 착착 진행됐다. 케로신과 액체산소 충전은 물론 기립 장치 철수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어 발사 10분 전에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간 누리호는 오후 4시 정각 제2발사대에서 우주로 비행을 시작했다.

누리호는 이후 1,2,3단 분리와 성능검증위성·위성모사체 분리까지 차근차근 시간에 따라 진행하면서 성공적 비행을 끝마쳤다. 발사 이후 14분 35초 성능검증위성이 분리됐다.

누리호는 정해진 비행을 했다. 발사 이후 123초쯤에 고도 약 62km에서 1단이 분리됐다. 발사 227초가 지나자 고도 202km에서 페어링이 분리됐다. 발사 269초 뒤 273km 상공에서 2단이 분리됐고 875초 뒤에는 고도 700km에서 성능검증위성을, 945초 뒤에는 위성모사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비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자 고흥 발사통제센터 관계자들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치며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힘겨웠던 시절과 연기되면서 느꼈던 의기소침 등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표정들이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활짝 웃는 얼굴로 브리핑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우주시대가 활짝 열렸다”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능검증 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시켰다”고 말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도 “비행 시퀀스가 제때제때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공식 브리핑에서 설명했다. 이 원장은 “우주를 통해서 좀더 도전적이고 큰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가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우주로 나가는 길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이 우주역사의 이정표를 세운 날이었다.

나로우주센터의 프레스센터에 있던 취재진과 관계자들도 누리호 발사 성공이 공식 발표되자 활짝 웃으며 서로서로 축하 인사를 나눴다.

/나로우주센터(고흥)=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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