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국가 예산과 맞먹는다"…文정부서 눈치 보던 재계, 尹정부서 '돈 보따리' 푼 이유


'친기업' 강화 나선 尹에 힘 실어준 듯…규제 완화 이어 이재용·신동빈 사면 기대감 ↑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5년간 반기업 정서로 눈치보기에 바빴던 주요 그룹들이 '친기업'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윤석열 새 정부 출범과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대규모 투자 활동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미국 대통령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미국 대통령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곳은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등 4개 그룹이다. 4개 그룹이 하루 동안 발표한 투자금은 모두 합해 무려 587조6천억원으로, 올해 국가 예산인 600조원과 거의 맞먹는다.

이 중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투자금을 내놨다. 향후 5년간 국내외서 450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이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것으로, 이 중 80%인 360조원은 국내에 투자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단일 기업 중에선 사상 최대 투자액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다양한 공식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과 대규모 투자에 앞장설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후에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만 전기차 분야에 21조원을 투자키로 한 바 있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지난 22일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 55억 달러(약 7조원) 신규 투자를 비롯해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분야에 50억 달러(약 6조3천6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직접 영어로 발표해 주목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신규 사업 추진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5년간 총 37조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향후 5년간 총 37조6천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2만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처럼 각 그룹들이 일제히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5대 그룹을 포함해 쿠팡, 컬리 등 유니콘 기업까지 함께 뜻을 모아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한 것과 맞물린다. 선포식에 참여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새로운 위기와 과제 해결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한편,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최 회장이 신기업가정신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청년 채용 릴레이' 등을 제안하자, 이에 화답하듯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곧바로 대규모 투자와 채용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대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계획은 등 떠밀린 수동적인 채용이 아니라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선제적 채용'이라는 역량 강화 전략과 더불어 '대한민국 청년실업 문제 해결책'이라는 1석 2조의 기업의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지난 5년간 '반기업 정서'를 드러낸 문재인 정부 체제에서 눈치만 보던 기업들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규제 개혁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이에 화답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후 기업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주요 그룹 총수들을 정부 주도의 굵직한 행사에 잇따라 초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5대 그룹 총수들은 대통령 취임식과 이후 진행된 만찬에 이어 지난 20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도 초대돼 모습을 드러냈다. 또 미국 측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며 양국 기업 간 협력 체제도 더 강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친노조·각종 규제 등으로 기업들에 어려운 시기였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 대통령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를 풀겠다는 이른바 '친기업' 노선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며 "새 정부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없애겠다면서 민간 중심의 성장전략을 제시한 만큼 기업들도 속속 이에 화답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기업들에게 화답하기 위해 경제단체들이 그동안 지적해왔던 반기업 규제들에 대한 칼질을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들은 윤 대통령이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주 52시간제, 최저임금제 등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됐던 노동 시장 규제에 대한 대대적 손질과 함께 중대재해법을 보완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규제 적용 방식도 법·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에 대한 사면 결정도 조만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25일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이 포함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으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미국뿐만 세계 각국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반도체가 국가기간산업으로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삼성 컨트롤타워인 이 부회장의 리스크를 빠른 시일 내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기업들이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일 뿐 아니라 경제안보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줬던 것이 기업들에겐 힘이 됐던 것 같다"며 "앞으로 새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혁과 투자 인센티브 등 제도적 환경을 조성한다면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국가 예산과 맞먹는다"…文정부서 눈치 보던 재계, 尹정부서 '돈 보따리' 푼 이유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