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정부가 오는 2023년 유료방송 시장 '선계약 후공급' 거래 방식 도입 목표를 제시하면서 구체화 방안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측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시행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도입을 우려했던 유료방송 플랫폼에서는 시행에 앞서 'PP금지행위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9일 유료방송 시장 거래 방식을 '선공급 후계약'에서 '선계약 후공급'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유료방송시장은 '선공급 후계약'으로 거래하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 즉 IPTV 및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케이블) 등은 전년에 CJ ENM 등 PP로부터 공급받은 채널에 대한 유효성을 올해 평가한 뒤 이를 근거로 사용료를 올해 지급한다. 이에 PP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가격이 책정되고 지급받는다.
플랫폼과 PP는 플랫폼이 있어야 콘텐츠가 확산하고 콘텐츠가 있어야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거래방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은 과거 유료방송 시장 초창기엔 플랫폼이 한정적이어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당시 PP에게는 콘텐츠를 송출할 플랫폼이 지금과 같이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콘텐츠를 우선 제공하고 이후에 정산을 받는 거래 방식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대가산정 기준이 되는 채널평가가 송출 이듬해 완료된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방송 플랫폼이 다변화하자 대형 PP를 중심으로 한 PP업계가 '콘텐츠 제값 받기'를 주장하며 '선공급 후계약'을 '선계약 후공급'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논의는 올해 중순 IPTV 3사와 CJ ENM 간 콘텐츠 대가 산정 갈등으로 재점화했다.
PP들은 "해당연도 콘텐츠 가격을 그 해가 다 지나고 연말이 돼서야 협상하는 기이한 구조에 있다"며 "PP 입장에서는 이미 상품을 모두 공급한 터라 가격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플랫폼으로부터 정당한 프로그램 사용료도 지급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공급계약 중단도 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플랫폼사에 공급되는 콘텐츠는 통상 온에어 시점 1~3년 전부터 투자를 해야 하는데, 플랫폼사로부터 지급받는 프로그램 사용료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는 결국 콘텐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플랫폼도 반격에 나섰다. PP들이 주장하는 '플랫폼의 위력'은 플랫폼 다변화로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으며 오히려 콘텐츠를 가진 PP들이 계약 우위에 있다는 논리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소속 89개 종합유선방송 회원사 협의체인 한국케이블TV방송국(SO)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선계약 후공급 법안은 대형PP 협상력만 키우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선계약 후공급 법안이 도입되면 대형PP를 상대로 협상력 열위인 SO는 사업 운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에게만 과다하게 부여된 채널운용규제를 선제적으로 완화 또는 폐지해 플랫폼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간 동등한 협상력과 채널 거래 자율성을 확보해줄 것"을 촉구했다.
◆ 이용자 피해 초래에 정부 나서…선계약 후공급 명문화
시장 구성원 간 다툼이 채널 '블랙아웃'으로 번지고 이로 인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와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를 통해 '유료방송시장 채널 계약 및 콘텐츠 공급 절차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는 투명한 PP평가 기준을 마련해 재방송 위주의 부실 PP 퇴출 구조를 마련한 것을 바탕으로 채널의 계약 기간 만료 후 채널 계약을 계약 기간 만료 전일까지 체결하도록 선계약 후공급 원칙을 명시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마지막까지 사업자 전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선계약 후공급 원칙을 명시하되 이것을 언제 강행규정으로 시행할 것이냐, 그리고 시행할 수 있느냐, 그 전제조건은 무엇이냐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이와 연관 지어서 채널 퇴출, 종료의 요건을 어떤 식으로 해야 PP들의 이해관계도 보장하고 또 유료방송사의 어떤 채널개편이나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유연성을 부여할 것인가, 그래서 그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고생한 합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선계약 후공급 그 적용 시기는 과기정통부장관이 대가산정 기준 마련, 중소PP 보호방안 등을 고려해 방통위와 논의한 후 유료방송사업자 및 PP와 협의해 별도로 정하도록 했다.
오 국장은 "선계약 후 공급이 적용되는 부분은 물리적으로 내년 2022년도 계약이 올해 12월 31일까지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공급 형태로 현재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점 기준으로 해서 지상파 재송신료(CPS)도 유료방송 IPTV 3사 기준으로 했을 때 아직 협상이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점으로 비추어볼 때 지상파 3사에 대한 CPS 협상도 일단 선공급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예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갈등을 빚었던 CJ ENM과 IPTV 3사도 여전히 지금 2021년도 계약이 선공급 상태에서 계약이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상황임을 확인했다"며 "개별사별로 구두합의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서 사인은 안 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역시 CJ ENM과 IPTV 3사의 계약도 내년 1월 1일 기준으로 하면 선공급 형태로 이미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