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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신화 써내는 OK금융 문지훈 "안 된다던 선입견 깨고 싶다"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OK금융그룹의 센터 문지훈(24)이 수련선수 신화를 써내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드문 '이동공격'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남들보다 힘들게 프로 무대를 밟은 만큼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각오다.

문지훈에게 V리그는 꿈의 무대였다. 조선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뛸 만큼 안정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던 문지훈은 4학년에는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리더쉽도 보여줬다.

OK금융그룹의 센터 문지훈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OK금융그룹의 센터 문지훈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하지만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이 끝날 때까지 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려던 찰나 OK금융그룹이 수련 선수로 문지훈을 호명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순간이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대웅경영개발원의 OK금융그룹 훈련장에서 만난 문지훈은 "4라운드 지명이 끝나고 포기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이름이 불려서 당황했다"라며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단의 부름은 받았지만 프로가 아닌 수련 선수로 시작하게 된 문지훈. 그러나 배경에 연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문지훈은 "부모님도 지명된 것에 감사함을 느끼라고 말씀했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거라고 응원도 해주셨다"라며 "육성군에서 훈련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는데 코치님들이 계속 격려해줬다. 그냥 죽어라 버티면서 훈련했다"고 털어놨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매진했던 문지훈은 2021년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를 앞두고 프로 계약을 맺으며 꿈을 이뤘다.

문지훈은 "올 시즌도 수련 선수로 남는 줄 알았는데 비시즌 기간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덕분에 계약할 수 있었다"라며 "계약서에 사인할 때 엄청 떨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사인을 마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너무 좋아해주셨다"고 웃음을 보였다.

V리그 데뷔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문지훈은 시즌 개막전인 10월 18일 현대캐피탈전에 선발로 나서며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활약이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문지훈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는 "개막전이다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달려들었던 것 같다. 의욕이 앞서는 바람에 잘 되던 것도 안 됐다"라고 멋쩍어했다.

노력형 선수인 문지훈은 개인 분석에도 적잖은 시간을 쏟는다. 그는 "경기를 마치면 항상 풀영상을 3번 정도 본다. 데뷔전을 돌려봤을 때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라며 "속공도 빠르게 때릴 수 있는데 네트에 걸렸다. 이를 토대로 연습에 더욱 매진했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V리그에 발을 디딘 신인이지만 문지훈은 남자부에서 보기 힘든 이동공격을 선보이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지훈은 남자부에서 유일하게 이동공격을 사용해 이 부분 1위에 올라있다. 5차례 시도해 4회 성공으로 80%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닌 OK금융그룹의 깜짝 공격 옵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수련 선수 신분을 벗고 프로 선수로 거듭난 문지훈. 그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사진=송대성 기자]
수련 선수 신분을 벗고 프로 선수로 거듭난 문지훈. 그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사진=송대성 기자]

선입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이동공격이라는 옵션을 만들어 냈다.

문지훈은 "센터라고 하면 키가 크니 발이 느리다, 또한 발목이 저처럼 두꺼우면 점프가 낮다는 등의 선입견이 있다"라며 "이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 순발력 운동을 많이 했다. 덕분에 발이 빨라졌고 이동공격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이동공격을 시도했다는 문지훈. 프로 무대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팀에서 독려했다.

문지훈은 "연습 중에 코치님이 '너 외발 이동 할 수 있잖아. 한번 때려봐'라고 해서 해봤는데 통했었다"라며 "(곽)명우 형이 시합에서도 사인을 줘서 믿고 뛰었는데 성공하니 경기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수련 딱지를 떼고 아직 프로 무대에 적응 중인 문지훈. 그의 목표도 어찌 보면 소박하다. 개인 성적 달성 등이 아니다. 오직 자신의 이름만 알아줘도 감사하다는 마음이다.

문지훈은 "'OK금융그룹에 저런 센터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내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게 올 시즌 목표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라면 문지훈의 이동공격 1위는 유력한 상황.

문지훈은 "형들도 1위라고 장난을 많이 친다"라면서도 "남들이 뭐라 해도 나에게는 뿌듯한 기록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록은 영원히 남는거잖아요."

/용인=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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