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청와대 수석이나 국토교토부가 건설사 로비를 받은 것 아니냐.(청와대 국민청원)"
정부가 각종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동간거리 축소 방침을 강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오늘(2일)부터 신규 아파트 동간거리가 절반가량 줄어드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공포, 시행하면서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5월 입법예고 당시 반대의견이 쏟아진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다양한 건물의 외관 디자인 구현을 위한 조치라며 밀어붙였다. 분양예정자들은 '집값 잡겠다고 국민을 닭장에 넣겠다는 것' 등 원색적인 비난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규제 하에서는 고밀도 아파트만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5월 입법예고 당시 논란에도 동간거리 축소 강행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1일) 건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오늘부터 짓는 아파트 단지는 낮은 건물이 전면에 위치한 경우 후면의 높이 건물의 동간거리를 '낮은 건물의 0.5배 이상'만 이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아파트 동간거리는 낮은 건물 높이의 0.5배 또는 후면 높은 건물 높이의 0.4배 중 먼 거리로 정했다. 가령 전면건물 높이가 30m, 후면건물 높이가 80m라면, 높은 건물 높이의 0.4배인 32m의 동간거리를 둬야 했다. 하지만 오늘부터 두 건물 사이의 거리는 15m까지 좁힐 수 있게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이같은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했는데, 당시 반대 여론이 확산한 바 있다. 아파트들의 동간거리가 줄어들 경우 채광·조망권·사생활 모두 침해를 받을 것이라는 지적에서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면서 총 1천335명이 동의했다.
당시 청원인은 국민청원을 통해 "국토부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심하고 국민의 삶의 질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내용을 발표했다"며 "가장 좋아할 곳은 건설업계다. 같은 공간에 동간거리를 줄여 많이 팔 수 있으니 큰 이익을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이 나왔다는 것은 비판을 떠나서 청와대 수석이나 국토부에서 로비자금 받은 것이 아닌지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정말 이런 수준인가. 반드시 철회하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참여입법센터에도 반대 의견이 속출했다.

◆아파트 공급 확대 위해 정책…입주민 주거환경 악화 우려
고층 아파트의 적정 동간거리는 70~80m 수준으로 본다. 해당 정도가 되어야 그나마 일조권과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들을 보면 동간거리가 30m도 되지 않는 곳들이 수두룩하며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 동래구 동래3차 SK뷰 아파트는 최근 동간거리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단지의 용적율(건축면적 대비 건축물 각층 바닥면적 합계 비율)이 무려 95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햇빛을 받지 못해 곰팡이가 서식하기 쉽고 사생활 침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아파트의 다양한 배치와 형태, 조화로운 도시경관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 고밀개발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완화 조치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해당 용도지역에서 최대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도심지역에서 토지 이용 다양성이 확보되면서 공급확대 등의 장점이 있지만,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공급확대를 위해 건설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이같은 방식으로 동간거리를 좁힐 경우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고밀개발로 인한 난개발 가능성이 크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 빽빽한 건물이 배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