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증권가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선점을 위해 잰걸음이다. 특히 최근 신사업으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부상하면서 증권사들의 개인 맞춤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과 협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산 배분을 자동화하는 일종의 자산관리서비스다.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과 검증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펀드매니저나 프라이빗뱅커(PB)를 대신해 자산을 배분하고 관리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자체 개발하거나 전문 기업과 협업해 서비스에 한창이다. 대신증권의 '대신 로보어드바이저'와 NH투자증권의 'NH로보 EMP(ETF Managed Portfolio) 자산배분', 키움증권의 '키우GO(키우고)'는 모두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용하는 서비스다.
먼저 '대신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 대상을 머신러닝 기법과 블랙-리터만 모형에 기반해 선택한다. 대신금융그룹의 금융공학파트에서 개발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이용하며 주관적인 판단은 배제된다.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주관한 테스트 베드 1차에서 누적 수익률 부분은 동일 유형 평균을 상회했고, 위험에 대한 초과수익 정도를 나타내는 샤프지수도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냈다.
NH투자증권의 'NH로보 EMP 자산배분'은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서비스를 EMP로 확대한 상품이다. 실시간 AI를 기반으로 실물·심리 지표를 자동 수집하고, 현재 시장 상황에서 유효한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자산군의 비중을 선배분한다. 이후 수치화된 주가 등락 모델인 모멘텀 스코어를 통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 자산군별 최상위 ETF를 선정, 개인투자성향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특히 매월 시장 상황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한다.
키움증권이 내놓은 '키우GO'는 이 증권사가 자체 개발한 AI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목표와 기간, 금액,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금융시장 상황에 맞는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랩(Wrap) 서비스다. 행동재무학 기반의 강화학습 모델을 이용해 여러 자산군 간 최적의 투자 비율을 찾고, 시장 상황에 따라 비율을 조정한다. 이를 위해 키움증권은 과거 30년간 170만건의 금융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전언이다.
증권사와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보유한 전문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KB증권은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제휴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핀트'를 선보였고, 신한금융투자는 AI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운트와 이 증권사 전용계좌를 개설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계좌를 개설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한 펀드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파운트는 현대차증권과도 손을 잡았다. 지난 6월 현대차증권은 파운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초개인화 맞춤형 금융서비스와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한 협력에 나섰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 투자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가받은 증권사가 늘고 있는 것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예고한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증권사는 이날 기준 교보증권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총 5곳이다. 그다음 단계인 본허가까지 획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4곳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은 아직 전체 시장 대비 낮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마이데이터 선점 차원에서 증권사들의 사업 진출과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맞물려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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