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기업도 아닌데" 美 정부, 삼성전자 백악관 연일 호출…왜


바이든 정부,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 이어 물류 대란 해결책 마련 압박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제조업을 기반으로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 탓에 삼성전자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사법리스크와 노조문제,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현상이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말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해 관련 기업에 생산 전략·공장 증설 계획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데 이어 최근 물류 대란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에 해결책 마련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압박하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항만 지도부, 트럭 노조, 상공회의소 관계자 등을 만나 물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물류망 병목 현상을 정부 차원에서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70척 안팎의 컨테이너선이 두 항구에 인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페드로(San Pedro)만 앞에 떠 있는 상태다. 컨테이너선이 선석에 들어가기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11일로, 화물 트럭과 인력 부족 영향에 따라 하역을 마친 화물이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추가로 5일가량 더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선 운임도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해 6배 수준으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LA 노선까지 40피트 컨테이너(FEU) 하나를 옮기려면 1만2천17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물류 대란 여파로 미국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키친타월, 생수 등 일부 품목의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고, 나이키는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 지역까지 컨테이너를 옮기는데 80일가량이 걸려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3 프로' 배송에 최대 4주가량 걸릴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에 백악관은 북미 가전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를 비롯해 월마트, 페덱스, UPS 등 물류·유통 관련 미국 기업들을 이날 회의에 불렀다.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이 있는 연말 쇼핑대목을 앞두고 물류대란이 심각해지자 민간 기업들에게 손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또 서부 로스앤젤레스(LA)항은 24시간 운영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앞서 물류대란 발생 후 롱비치항은 3주 전부터 부분적으로 24시간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일로 삼성전자도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미국 항만에서 앞으로 90일동안 24시간, 1주일 운영을 통해 컨테이너 수송량을 60% 늘리기로 약속했다. 백악관은 "미국 가정의 72%가 삼성전자 제품을 최소 1개 소유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 확대만으로는 미국 국내 공급망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현지에서 트럭 운전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하역을 해도 옮길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나선 것은 연말 쇼핑대목을 앞두고 물류 대란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하락세인 지지율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듯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정부로부터 반도체 문제를 두고서도 압박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다음달 8일까지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해서다.

해당 요구는 자발적 정보 제출 요청이지만 미국 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 등 기업의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고객사 정보를 포함한 민감한 '영업 기밀'이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일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율을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라는 권위는 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한다"며 "수출 규제부터 시작해 현재 논의 중인 미국 반도체 투자의 인센티브까지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분위기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듯 하다"며 "한국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고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자발적인 요청을 거부할 경우 향후 공공조달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재건하고 파트너십을 활성화하는 데 우선 순위를 뒀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트럼프에 비해 노골적이지 않을 뿐 자국 우선주의가 더 심해진 느낌"이라며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대규모 투자 등으로 압박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까지 이 같이 나선 탓에 최근 들어 사업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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