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들어봐 리슨" 제 할 말만 하는 국정감사


'개선 방안'을 듣고 싶은 것이 국민 요구…국감 비용 아깝지 않게 취지 살려야

기자수첩

[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제가 질문을 해야 하니까 대답은 나중에 하세요."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 하겠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단골멘트다.

내 할 것을 해야 하니, 너는 대답을 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태도. 의원들은 그저 보좌관, 비서관들이 준비해 준 질의서를 시간 내에 다 읽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경주마처럼 내달린다.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았노라' 스스로 십자가를 짊어진 체하면서도 국민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무엇을 알고, 듣고 싶은지 도통 모르는 모양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이 더러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다고 해도, 국정감사는 다르다.

국민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그간 정부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했고 국민 불편을 초래한 문제점은 왜 발생했는지, 이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대응 방안을 듣고 싶은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효성 없는 정책 추진에 대한 분노, 그리고 해결방안을 속 시원히 제시해 주길 바라는 기대가 미묘하게 공존한다. 국민은 우리 사회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보고, 듣길 바란다.

질의하고 지적했다면, 설명하고 반성할 기회를 줘야 한다. 사안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고,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다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나아가 문제 해결에 완결성이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입법적, 정책적으로 협업할 방안을 논의한다면 화룡점정이다.

의원들에게 돌아가는 질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변명이다. 의원들에겐 대개 감사 대상 기관 증인이 참석하는 국감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총 14시간 중 식사 시간, 휴식을 위한 정회 시간을 제외한 10~9시간이 질의 시간으로 주어진다.

이 시간 동안 의원들은 돌아가며 의사진행발언, 주 질의, 추가 질의, 보충 질의를 하게 된다. 정말 질문할 것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면 늦게까지라도 남아 질의를 하거나, 사전에 증인 출석 시간 연장을 신청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저녁 8~9시만 넘어가도 국감장을 지키는 의원들은 절반 혹은 절반 이하다.

게다가 이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는 국감과 상관없는 정치 싸움으로 오전 질의 시간을 통째로 날리고, 오후 2시가 돼서야 감사를 시작했다. 그러니 의원들 질의 시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지사.

의원들은 국정감사가 어떤 자리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 사정 급하니, 할 말한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감사 질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품위없는 원맨쇼일 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목받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국정감사에 임한다면, 국민들 입장에선 억 소리 나는 국정감사 비용이 아까울 뿐이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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