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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 다음 상생안 카드가 중요하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카카오가 이달 중순 상생안을 발표했다.

골목상권 침해 소지가 있는 사업 철수는 물론 5년간 3천억원의 상생기금 조성도 약속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논란이 됐던 택시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 가격을 즉각적으로 낮추는 등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았다.'플랫폼 갑질'의 대명사로 도마 위에 오르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마련한 카드였다.

그런데 발표 이후 오히려 파열음은 점점 커졌다. 진정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택시업계와 대리운전업계, 소상공인업계 등이 입을 모아 카카오의 상생안을 비판했다. 택시업계는 단순히 멤버십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카카오의 상생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대리운전업계는 카카오가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적용하기로 한 변동 수수료율(0~20%)에 대해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반발한다. 소상공인들 역시 카카오가 아직 구체적인 사업 철수 방향에 대해 별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카카오가 이해 당사자들과 별다른 논의도 없이 상생안을 갑작스럽게 내놓았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컸다. 마치 상생안을 '통보받은' 느낌이라는 지적을 취재 과정에서 수차례 들었다. 결국 택시업계와 대리운전업계는 지난 28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의 상생안이 '면피용'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장의 비판 여론을 피해 가기 위한 '꼬리 자르기'식 대책이라는 것이다.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학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상생안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한 데다가 상생 기금 조성도 딱히 새롭지는 않다는 이유다. 또 선두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이를테면 카카오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시, 상생이라는 방향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도록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지속적으로 구하겠다는 등의 고민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카카오 입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했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데다가 당장 오는 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까지 겹쳐 무엇이든 부랴부랴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골목상권과는 큰 관계가 없는 기존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 보인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9월 개시한 카셰어링 서비스 '딜카'를 적극적으로 확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눈앞의 국감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론이 나쁜 시기 신사업을 대대적으로 하면 눈총을 받을 수 있기에 속도 조절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이야기가 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카카오가 처한 상황이 녹록잖다는 의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해관계자 등과 보다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좀 더 다듬어진 내용의 상생안을 내놓는 것이 옳았다고 복수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대거 빠진 지금의 안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가 앞으로 수립하게 되는 상생안의 세부 내용이 매우 중요해졌다.

사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도마 위에 오른 이유가 정치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확보를 위해 '플랫폼 때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강하다. 기자도 일정 부분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뻔한 수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카카오의 실책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카카오와 같은 거대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과 본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돌아볼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장기적으로 카카오가 플랫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포부를 위해서는 결국 넘어가야 할 파도다. 이를테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추구하는 통합교통서비스(Maas)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빌리티와 관련된 추가 사업 확장은 필수다. 매끄러운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이미지 제고도 중요한 요소다. 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플랫폼을 기초로 한 혁신 서비스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사회가 플랫폼을 통해 정말로 해결되기를 원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김 의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고민할 수도 있을 테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열린 '디지털 플랫폼 기업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상생 방안을 마련해서 실천하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갑질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말이 그저 빈말이 아니라 실제 고민 끝에 나온 말이라는 것을 보다 세세하고 강도 높은 방안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 시련이 카카오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카카오의 다음 상생안을 기다린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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