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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카카오 '상생 보따리' 풀었지만…업계 '시큰둥'


보다 근본적인 대안 필요하다는 목소리 강해…상생 지속성에 대한 의심도 깊어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카카오가 상생안을 발표하며 소상공인들과 손잡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정작 이 같은 논란으로 충돌한 업계 당사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반적으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 공동체는 이날 오후 상생안을 통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에 대한 철수 의사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 기금 3천억원을 마련하겠다고도 발표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카카오]

이날 가장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발표한 곳은 카카오모빌리티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모빌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마찰을 겪은 바 있다.

최근에는 택시 우선호출 서비스인 '스마트 호출' 요금을 최대 5천원까지 올리고,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 멤버십' 요금을 월 9만9천원으로 책정하는 등 무리한 가격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리운전 시장에서도 기존 사업자들이 영위하던 '전화콜' 시장에 업체 인수 등을 통해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 대리운전 업계 등을 대상으로 손을 내밀었다. 먼저 논란이 됐던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프로 멤버십'의 요금을 월 3만9천원으로 깎았다. 대리운전 기사들에게는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

이와 함께 기업 고객 대상으로 진행하던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철수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꽃·간식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고 9월부터는 샐러드로 품목을 확대했는데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업을 접는 것이다.

대리운전업계가 카카오와 SK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반대 기자간담회를 지난달 개최했다. 사진은 간담회 장에서 발언 중인 최승재 의원(국민의힘).
대리운전업계가 카카오와 SK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반대 기자간담회를 지난달 개최했다. 사진은 간담회 장에서 발언 중인 최승재 의원(국민의힘).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가 다양한 방안에 걸쳐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택시·대리운전 등 관련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대리운전 업체들이 모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수수료 정책이 중소 업체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근본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전화콜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 연합회의 일관된 주장이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그간 앱 기반으로만 대리운전 사업을 하던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전화콜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어 시름이 깊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은 "대리운전 업체들은 고정 수수료율 20%가 적용되는데 카카오가 변동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대리기사들이 카카오로 쏠리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이라며 "이를 볼 때 카카오가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한 것은 결국 자신들이 인수한 배차 프로그램인 '콜마너' 중심으로 재편해 시장 전반을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운전 기사들 역시 이번 상생안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모인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관계자는 "변동 수수료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미 수도권 등 대도시 지역에서부터 시행하던 것으로, 대부분의 콜이 이들 지역에서 잡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새롭지는 않다"며 "알고리즘이 0~20% 사이에서 수수료율을 정하는 구조인데 알고리즘 공개를 하거나 수수료율 자체를 낮추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 개선으로 느껴질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역시 썩 시원찮다는 반응이다.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및 멤버십 요금 인하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그간의 사회적 갈등을 감안했을 때 단순히 스마트호출을 없애거나 멤버십 요금을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더욱이 카카오가 상생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택시업계와는 사전 교감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했다는 점에서 소통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

골목상권 사업 철수와 관련해서도 당장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뒷말이 나온다. 카카오는 이미 미용실, 영어교육, 스크린골프, 네일샵 등 소상공인들이 다수 뿌리내린 사업에 다수 진출해 있는데, 이날 유일하게 제시된 철수 사업은 기업 대상 꽃과 간식, 샐러드 배송 사업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기업 대상 배송이 실질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꽃 배달 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 보니 관련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차피 관련 사업으로 거둔 매출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카카오 공동체가 향후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날 공개된 것보다는 앞으로 더욱 많은 상생 방안을 실질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업계 종사자와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위원장은 "어쨌든 카카오모빌리티가 멤버십 요금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결국 지속적으로 노사정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등을 망라해 협의체를 구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조금씩 합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카카오가 일부나마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환영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며 지속적인 협의 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거대 플랫폼들이 '선수'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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