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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치된 野천안함TF, 前함장의 한숨


국민의힘, 천안함TF 발족 후 2개월 간 회의無

최원일 전 함장 "여당처럼 관심 없는 게 낫다"

이준석, '천안함 눈물' 3회… 진정성 보여야

지난 7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장병 및 유족지원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김기현(왼쪽 다섯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임명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두현 위원, 강대식 위원, 신원식 위원장, 김도읍 정책위의장, 김기현 원내대표, 윤주경 위원, 김희곤 위원,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지난 7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장병 및 유족지원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김기현(왼쪽 다섯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임명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두현 위원, 강대식 위원, 신원식 위원장, 김도읍 정책위의장, 김기현 원내대표, 윤주경 위원, 김희곤 위원,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처럼 관심이 없는 게 낫죠. 국민의힘처럼 관심을 보여주는 척 하면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요."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13일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안보 중시 정당을 자처하는 제1야당 국민의힘은 왜, 11년 전 비극인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태 생존자로부터 "민주당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게 된 걸까.

국민의힘은 지난 7월 7일 국회에서 '천안함 장병 및 유족지원 TF'를 발족하고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고통 속에 있는 장병에 대한 예우가 이뤄지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겠다"고 했다. TF 위원장으로 위촉된 3성장군 출신 신원식 의원은 "이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못한 우리 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국민의힘이 앞장서 관심을 가져야 천안함 피격사건의 상흔이 아물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국회 국방위·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장병·유족 면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인정 및 치료지원, 보훈체계 개선 등 후속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 TF는 어떤 회의도 갖지 않은 채 그야말로 '방치' 상태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다. 신 위원장은 통화에서 "유족들을 다 모으려고 했는데 날짜가 안 맞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7, 8월에 (회의를) 못 했다"고 설명했다.

기다리다 지친 최 전 함장은 이달 초 TF 측에 조율된 일정을 전달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최 전 함장은 "코로나인데 (의원들이) 다른 활동은 수십 명씩 잘들 모여서 하지 않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선 국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원내 일정 속에서 여러 사정이야 있겠지만, '코로나 탓'이야말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2개월 전 임명장을 주고받은 이들이 보인 결기의 절반 만큼이라도 무언가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비대면 화상회의든 자체 회의를 바탕으로 한 관계자 의견 수렴 등 방법이 없었을까. 최소한의 소통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정치권 도움이 절실한 최 전 함장의 입에서 이러한 하소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TF가 사실상 식물 상태로 개점 휴업 중인 가운데 다수 위원들은 각 대선주자 캠프에 합류해 '내년의 영광'을 그리고 있다. 신 위원장은 8월 초부터 유승민 캠프 '제3정책본부장'으로서 외교안보 공약을 담당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열의가) 장난이 아니다. 열심히 활동 중"이라고 했다. TF가 찬밥 신세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TF 소속의 한 의원은 "왜 이렇게 회의가 진척이 안 되는지 신 위원장에게 물어봤는데 뚜렷한 의견은 없었다. '곧 한다, 곧 한다'는 말만 들었는데 벌써 이만큼 와버렸다"면서도 "저도 그것(TF)만 목맬 수는 없었다. (천안함 장병·유족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 역시 한 대선주자 캠프에서 공식 직함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 다른 위원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지난 6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린 천안함 유족 및 생존장병 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지난 6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린 천안함 유족 및 생존장병 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천안함 생존자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최 전 함장만 해도 지난 6월 전직 여당 부대변인에게 "부하를 수장시켰다", 현직 교사에게 "천안함이 벼슬인가"라는 막말을 들었다. 그는 군 당국의 천안함 음모론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며 국방부 앞 1인시위에 나섰다. 모처럼 천안함 문제가 정국을 뒤덮은 시기다.

폭침 사태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 "이제라도 도와주겠다"며 손을 내민 것은 국민의힘이다. 지난 6월 최 전 함장 등을 위시한 천안함 생존자·유족 간담회를 열었다. 명예회복을 기다린 시간이 길었던 만큼 싸늘한 반응은 당연했다. 전준영 생존자 전우회장은 "이 자리에 기자를 부른 것도 불쾌하다. (우리를) 이용하려고 불렀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래도 그는 '국민의힘이 과거를 반성하고 도와준다는데 한번 더 믿어보자'며 간담회에 참석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청취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한 달 만에 관련 TF를 구성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천안함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민주당이 차라리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준석 대표가 천안함 관계자를 만나 눈물을 흘린 횟수가 취임 직전을 포함해 세 번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취임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에서 천안함 유족을 만나 눈물을 보이며 과거 보수정권의 미진한 대응 사과 및 개선을 약속했다. 그날 흘린 눈물의 진정성과 의지는 유효한가. 그렇다면, '한번 더 믿어준' 천안함 장병·유족에게 또 다시 진한 허탈감을 심어줘선 안 될 것이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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