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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풍력, 돌릴수록 더 손해다?


2분기 국내 풍력 보급 ‘0’…기형적 RPS 제도 때문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풍력 보급은 '0'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기후솔루션]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풍력 보급은 '0'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기후솔루션]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올해 2분기 풍력발전 보급이 ‘0’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 원인으로 기형적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제도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RPS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전력(한전)이 사실상 유일한 판매사업자인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발전공기업과 같은 대형 발전사업자가 이행하면서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RPS 제도의 특징은 전력판매 독점 전력시장 구조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의무가 판매사업자가 아닌 발전사업자에게 부여됐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계약 방식의 불합리가 발생한다. 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인 발전공기업이 REC 구매자이면서 REC 생산을 위해 민간발전사와 경쟁해야 하는 이중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불거진 문제이다.

소형 풍력 민간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더라도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없다. 풍력 민간발전사업자들은 장기적으로 REC 판매 계약을 맺을 대상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전 자회사인 6개 발전공기업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 계약 방식, 불투명성 증대 등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2004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중단되면서 한전은 사실상 유일한 전기판매자로 남게 됐다.

전기판매사업 독점 지위를 가진 한전에게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부여할 경우 시장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신재생에너지 비용의 경쟁과 하락을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판매사업자가 아닌 발전사업자에게 부여했다. 이 같은 구조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다.

기후솔루션은 13일 ‘RPS 시장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현황. 풍력발전의 기형적 제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진=기후솔루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현황. 풍력발전의 기형적 제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진=기후솔루션]

정부는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목표)을 통해 2030년까지 17.7GW의 신규 풍력 설비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1GW는 보통 원전 1기의 발전량을 뜻한다.

지난해 기준 풍력발전의 보급 용량은 누적 기준 1.73GW로 목표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풍력 보급 속도가 매우 더뎌 이 속도가 지속한다면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됐다.

지난해 분기마다 태양광 발전은 약 1GW씩 늘어났는데 풍력 발전은 한 해를 통틀어 약 0.2GW 보급하는데 그쳤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풍력발전 보급 용량은 각각 0.25GW, 0GW를 기록했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풍력 보급 속도가 늦는 배경으로 RPS 제도의 기형적 구조를 지목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RPS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달리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전력 판매사업자가 아닌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국내에서 풍력 발전사업을 개발하는 민간 발전사업자는 재생에너지 공급계약(SMP+REC 장기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장기 재생에너지 공급계약이 확정돼야 사업에 필요한 PF(금융조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RPS 이행의무를 지닌 발전사업자(발전공기업)와 사업을 함께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발전공기업과 풍력발전 특수목적법인(SPC)을 출자해 재생에너지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발전공기업이 출자한 풍력발전 SPC는 공기업이 투자하는 사업이어서 정부의 사업 적정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이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더 공고하게 해 발전공기업이 출자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전력거래소와 한국에너지공단 산하의 위원회를 거쳐 가격 적정성을 심사받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사업은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발전공기업 이사회를 거쳐 사업 적정성을 평가받아야 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 과정이 복잡하고 중복적이어서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기준에서 과도한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측은 “여러 심사 과정으로 풍력발전사업의 SPC 출자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계약까지 최소 8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걸려 실제로 풍력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전력거래소가 요구하는 자체 가격 기준의 세부 근거가 불투명하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보고서를 보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추정한 2021년 풍력발전 발전단가(LCOE)는 163.6원/kWh이었다. 반면 전력거래소가 제시한 2021년 LCOE는 147.1원/kWh에 그쳤다. 원가에 해당하는 발전단가 대비 실제로 요구되는 계약 체결 단가는 더 낮았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를 통해 "전력거래소는 발전공기업과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특정 계약단가 수준 이하로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해당 계약 단가를 맞추지 못할 경우 전력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발전공기업과 민간 발전사업자가 체결하는 계약 가격이 자체 풍력발전 LCOE 기준보다 높을 때는 사실상 심의를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풍력 보급이 국내에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기후솔루션 측은 지적했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현재의 RPS 시장 구조가 지속한다면 앞으로 풍력발전의 보급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풍력발전에 대한 원별 분리와 정산가격 일원화를 통해 최소한의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시장 제도가 빠르게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독일, 미국 등 재생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된 지역을 살펴보면 발전공기업이 REC 최종 구매자로 설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판매사업자에게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구조이다.

한편 RPS는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RPS 공급의무자인 발전사업자는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 6사를 포함해 총 23개 발전사가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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