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번지수 잘못 찾은 정부의 '부동산담화'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대국민 담화에서다.

이날 홍 부총리는 "올해 하반기 조기 청약이 이뤄진다는 점, 전문가들의 고점 인식, 금리 인상과 유동성 관리 가능성 등 대내외적 환경 등을 판단해볼 때 주택가격은 일정 부분 조정의 여지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하향 조정이나 가격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예측보다는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을 구상하는 수장이 직접 나서 추격매수를 진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기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만 수십번을 발표하는 등 공을 들였으나, 정작 약발이 제대로 먹혔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3% 상승하며, 올해 2월 26일(0.14%)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주간 변동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고점 경고와 가격 부담감, 금리 인상 가능성, 세금 중과와 가계 대출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수급요인(공급 부족)이 다른 변수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실수요 서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15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어 '로또 분양'으로 화제가 된 '디에이치자이개포' 무순위 청약에 24만8천983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4만9천796대 1에 달한다.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 선정 이후 부적격·계약 해지 등으로 잔여 물량이 생겼을 때 추가로 공급을 진행하는 것이다. 무순위 청약 5가구의 당첨자 가운데 20대와 30대가 각각 한 명씩 포함됐다.

이 단지 무순위 청약에 나온 주택형의 분양가는 지난 2018년 3월 당시 분양가와 같아 큰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서 신청자가 몰렸다. 당첨자는 계약과 동시에 최소 15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당첨자들은 당장 15억원이라는 차익을 현금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잔금까지 치를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들이 청약을 했고, 당첨되니 눈 깜짝할 새 15억원의 가치가 더해진 집주인이 됐다.

강남 부동산 시장이 전 국민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으나, 이 같은 '로또 청약' 소식을 듣게 되는 서민 입장에서는 정부의 "추격 매수 자제", "집값 고점"이라는 부동산담화가 와닿을지 의문이다.

지금 정부가 던질 메시지는 시장 분위기에 역행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담화 대신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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