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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D 보호구 벗을 때, 내 옷은 땀에 흠뻑 젖어 진한 색이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 출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코로나 격리병동에서의 경험은 나의 간호 행위가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코로나 확진’이라는 한 인간의 위기 상황에서 나의 도움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힘이 생겨 삶을 다시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를 간호하는 것은 치료 계획에 따른 처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문제를 넘어 환자를 ‘한 인간의 삶’으로 보고 돌보는 것임을 배울 수 있었다."-서울아산병원 이현정 간호사

"수많은 간호 처치를 하고 병실 안과 복도를 뛰어다닌 후 교대시간이 되어 레벨D 보호구를 탈의할 때 거울을 보면, 나의 옷은 땀에 흠뻑 젖어 진한 색으로 변해있다. 손이 많이 가던 한 환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폐렴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심폐소생술거부 동의를 받았다. 이틀을 쉬고 돌아왔을 때 환자의 이름은 없었다. 넓디넓은 1인실에서 환자와 함께 땀 흘리던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서울아산병원 방예근 간호사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이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을 출간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이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을 출간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해 둔감한 손, 잘 들리지 않는 말소리,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보호복 안의 뜨거운 열기. 꽉 닫힌 병실 문과 휑한 복도가 맞이하는 코로나19 전담 격리병동에서 500일을 보낸 간호사들의 간호수기를 담은 책이 최근 출간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 간호조무원들이 코로나 전담 격리병동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500일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을 최근 펴냈다.

지난해 3월, 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게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코로나 전담 155 격리병동을 신설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확진자와 고위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즉시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간호부유행성감염병대응팀(e-EIDT, extended-Emerging Infectious Disease Team)을 새롭게 운영했다.

‘짧으면 3개월, 길어도 5개월이면 다시 기존 근무지로 다시 돌아가겠지’라던 예상이 무색하게 코로나19는 어느새 1년을 넘어 500일이 지나도록 함께 했다. 155 격리병동 신설 이후 500일을 맞아 간호수기를 모집했고 이를 엮어 책이 탄생하게 됐다.

155 격리병동·간호부유행성감염병대응팀 등 34명의 간호수기를 담은 이 책은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에피소드가 담긴 ‘Loving, Caring, Sharing. This is nursing!’을 포함해 ▲격리병동에서 함께 근무하며 느낀 동료애가 담긴 ‘This is NOT competition! #팀워크’ ▲직원들의 가족들이 보내온 편지를 담은 ‘오늘도 무사히, 가족들의 마음속 주문’ 등 총 9장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은 간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 환자에 대한 돌봄을 우선으로 한 가치가 담겨있다. 간호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목소리와 생각을 일기장처럼 담아내 그들의 수고를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책은 비매품으로 제작됐다.

서울아산병원 155격리병동의 이정수 유닛 매니저는 “오래 지속하는 코로나19에 직원들의 몸과 마음이 지쳤는데 책을 편찬하며 500일 동안 흘린 땀과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보고 공유하니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확진 환자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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