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석' 폭주기관차 與…날치기 법안 통과에 각계 '몸살'

'174석' 폭주기관차 與…날치기 법안 통과에 각계 '몸살'

각계 반발 속 탄소중립기본법·언론중재법·사립학교법 통과…"사회적 공감대 없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74석의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폭주로 각계가 다양한 이슈로 반발하고 있다. 경제계는 '탄소중립기본법'을 문제로, 언론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교육계는 '사립학교법' 등을 여당이 의견을 절충하지 않고 강행처리하자 크게 분노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8월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주요 쟁점 법안마다 안건조정위원회를 이용해 법안 단독 처리를 강행 중이다. 안건조정위는 당초 야당의 협상 장치였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성향의 비교섭 단체 의원들을 대거 포함시키며 합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법안을 처리해 각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새벽 전체회의를 개최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 [사진=대한상의]

이 법은 안건조정위에서 심의 의결한 것으로, 안건조정위는 여야 의원에 더해 비교섭 단체 몫의 조정위원을 포함시켜 위원을 구성한다. 하지만 여당은 민주당에서 출당 조치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포함시켜 안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법안 주요 내용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 및 중점 추진과제 수립,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기후대응기금 조성·운용 등이다. 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4.4% 감축(2017년 대비)에서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경제계는 산업계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큰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이해당사자들과의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탓이다.

특히 경총은 이 법안에 감축목표 수치를 '35% 이상'으로 설정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맹렬히 비판했다. 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35% 이상' 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명문화해 법률에 규정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경총은 정부가 지난 2020년 12월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한 지 1년도 채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및 에너지 체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또 다시 감축목표를 상향할 경우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GDP 대비 제조업 비중 26.9%, 세계 2위)와 높은 석탄화력 발전 의존도로 인해 '탄소중립기본법안'이 제시하고 있는 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매우 제한적인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석탄화력 발전을 축소 또는 중단할 경우 전력 수요를 충족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까지 원자력 발전이 유일하다"며 "원전 정책기조가 유지될 경우 에너지 수급위기 문제는 불가피하고, 향후 전기요금 인상 이슈로 확대될 우려도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및 규제이행 의무 등은 기업들이 상당부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방안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달성이 요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정책 또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설정돼야 할 것"이라며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행정적 지원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도 이번 일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2030 NDC 상향 조정은 우리 수출과 산업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문가와 기업 등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항임에도 국회에서 이 같이 의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경련 역시 상임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처리된 데 대해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통과된 기후위기대응법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했으나 이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2030 NDC가 우리 경제 여건에 맞게 합리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향후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의결을 강행해 비판 받고 있다. 일각에선 여야 3명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 범여권 인사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야당 몫으로 배정하는 꼼수로 날치기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정정보도와 함께 기사 열람 차단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악의적 가짜뉴스'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이에 야당과 언론·시민사회계에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재갈물리기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국민들이 입법 독재로 악법을 만들라고 180석을 준 것이 아니다"며 "현대판 보도 지침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폭주를 멈추라"고 말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도 "내 집단의 이익을 위해선 법도, 절차도, 여론도 무시하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다수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사립학교 교사의 신규채용 시험 전체를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통과도 강행했다. 특히 전날 야당 의원들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발하며 퇴장한 상태에서 법안소위를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이 퇴장한 후 '이때가 기회다'라고 생각했는지 저녁도 거른 채 오후 10시 44분까지 심사를 진행했다"며 "왜구의 노략질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재계 관계자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국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사회적 문제들이 우려스럽다"며 "거대 여당의 맹목적인 입법 폭주로 시장경제를 흔드는 개악들이 쏟아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