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로남불과 데이터 주권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이중잣대를 꼬집는 말이다. 사적인 연애 타령에나 쓰일 만한데 요즘엔 공적인 시사용어로 자주 쓰이는 것을 본다. 내로남불은 왜 일어날까? 사실 나와 남은 등격(等格)으로 놓기 어려운 개념이다. ‘나’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이며 유일한 존재인데 반해 ‘남’은 추상적이고 집단적이며 상상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남’이라고 한단어로 말하지만 그것은 나를 제외한 수많은 사람을 평균화해서 대표된 개념이지 누구를 특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얼굴과 이름, 사회적 존재로서 분명한 ‘나’와 수많은 사람들을 개념화해서 어떤 사람이라고 구분하기 어려운 ‘남’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더구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갖는다. 그래서 자기가 사는 지역, 자기가 사는 시대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그 가치와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니 나와 남을 동일하게 여기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내로남불’을 탓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윤리와 규범이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문제는 영원히 일정한 간극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정치나 언론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로남불을 늘 꾸짖지만 그 틈은 메꾸기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남’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고 있다. 평균 또는 표준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던 것들을 전체로서 이해하는 방식이 점점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성능과 데이터 처리의 발전 덕분에 모집단에서 표본을 구해 평균과 분산을 구하는 식의 통계적 방법으로 전체를 추정하던 것에서 전체를 아예 통째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방식은 ‘전체’를 구성하는 것들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의외의 통찰을 제공한다. 그렇게 발견한 것중 하나가 ‘개인’이다. 이제 ‘남’이라는 단어는 막연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추상적 용어가 아니라 개인1, 개인2... 처럼 구체적인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전체를 대표하는 것의 권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여론’이라는 것은 원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정치인들은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거나 언론은 한두줄의 문장으로 ‘민심’이라며 대변하는 것을 자임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 개인의 생각은 소셜미디어나 데이터를 통해 각각의 입장을 모두 드러낸다. 이것은 추상적인 표준과 평균으로 대표되던 ‘전체’의 시대는 점점 퇴조하고 ‘개인으로 구성된 전체’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와 언론의 권위가 무너지고 개인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물려 개인이 집단과 맺는 관계 역시 재설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개인의 모든 의견을 평균화한 뒤 하얀색 값이 구해졌다면 그 평균값인 하얀 색을 스크린에 보여줬다. 그러나 이제는 빨강,노랑, 파랑 등 개인이 가진 빛의 원색이 촘촘히 화소처럼 박혀서 전체로서 하얀 스크린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빛깔을 잃지 않고도 전체에 참여하고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와 데이터 처리 기술은 전국의 확진자를 실시간 집계하고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개인은 사생활등 자신의 가치를 훼손당하지 않고도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회적 소수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역시 단순히 배려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이런 구체성을 들여다보는 데이터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이 데이터 주권이다. 나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를 명확히 하는 데이터 주권은 나의 존재 가치와 공동체의 의미를 동시에 찾을 수 있는 힘이다. 장미가 홀로 모든 꽃의 대표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는 장미는 장미대로, 할미꽃은 할미꽃대로, 쑥부쟁이는 쑥부쟁이대로 모두가 아름다우면서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가 되고 ‘남’들 역시 다가가면 모두가 나처럼 하나 하나 의미와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내로남불이 아닌 세상, 그런 세상은 어쩌면 나의 데이터 권리를 찾는 것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임문영 경기도 미래성장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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