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대장주' 카뱅에서 배워야 할 관점의 혁신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눈부신 성장과 토스, 네이버파이낸셜의 공습으로 시중은행의 디지털금융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수장들이 새해 벽두부터 외쳤던 '플랫폼·디지털·소비자'로 귀결되는 혁신금융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기자수첩

카카오뱅크는 출범 4년 만에 은행주 대장주였던 KB금융지주를 체치고 시총 33조8천746억원의 은행주 대장주로 올라섰다. 그만큼 보다 많은 투자자를 통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점유율 면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합산 원화예수금 점유율은 지난 3월말 기준 1.9%에 달한다. 물론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점유율은 평균 15% 가량이다. 점유율면에선 시중은행이 앞서고 있지만 지난 4년간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이들 포함 국내 10개 은행의 원화예수금 점유율은 2017년말 대비 최대 0.8% 가량 하락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점유율도 감소했다.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개인신용대출 점유율은 7.1%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5.9%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 이어 6위의 시장지위를 구축할 만큼 성장했다.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고객수 추이도 흥미롭다. 2017년 약 500만명이었던 카카오뱅크의 고객수는 지난해 말 1천490만명으로 약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우리은행의 법인과 객인 고객수 2천450만명의 절반을 넘어선 수준이다.

금융거래를 위해 은행 지점을 방문해야했던 과거 대비 금융거래를 가로막던 물리적인 제약이 걷히자 은행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도 치열해진 업황 타개를 위해 고객중심의 디지털혁신을 외치고 이사회 산하에 소비자관련조직을 신설하고 디지털전문가를 영입하는 디지털능력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중은행은 디지털금융에서 크게 두드러진 성과가 없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다양한 각도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빅테크와 핀테크로부터 엿볼 수 있다. 고객들은 그들의 어떤 점에 반응했던 것일까.

같은 사건을 마주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바가 가지각색이듯 혁신금융을 다루는 은행의 시각과 빅테크 및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시각에도 큰 차이가 있다. 바로 '관점의 차이'다.

시중은행은 오랜 시간 시장에도 주도권을 쥐고 있던 관습에서 나왔던 공급자시각이 짙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반면 핀테크, 빅테크 기업들은 같은 서비스도 '소비자 관점'으로 접근한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관계자들이 모여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직급과 체계에 관계없이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할까?'라는 주제였다고 한다. 고객 입장에서 플랫폼을 사용해보고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들에게 서비스와 상품에 대해 질문하면 그들은 누구도 단순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을 듣고 있노라면 어떤 관점과 의도에서 서비스가 나왔는지 듣게 되는데, 콕 집어 설명하지 못했지만 있으면 편리한 부분들을 찾아내 상품화하는데 능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급하는 공급자 관점이 아닌 이용하는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찾아낼 수 있는 애매하거나 불편했던 부분들 말이다. 하지만 은행에선 일제히 단순 편의성제고라고 말할 뿐이다.

은행들도 전담부서를 만들고 고급인력을 영입하는 등 역량을 집결해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상품의 라인업도 강화하는 등 안팎으로 많은 노력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관점만큼은 변할줄을 모른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실제 기존 은행 플랫폼에 접속하면 옥에 티가 눈에 띤다. 이를테면 은행 플랫폼에서 퇴직연금과 연금저축관련 상품을 일렬로 보고 싶지만 챗봇을 부르고 상품을 검색해도 숨은 그림찾기처럼 각기 다른 곳에 배열돼 원하는 것만 찾아서 보여주지 않는다. 플랫폼 첫 화면에서 다양한 계열사 서비스를 연결해놓았지만 링크만 연결해 놓아서 여전히 불편함이 따른다던가 하는 식이다. 구석구석 찾아보면 유용한 서비스도 많지만 은행 플랫폼 어디에 들어가야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지 소비자는 알 수 없는 곳에 배치돼있기도 하다.

이에 관해 은행측에선 관리하는 부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타트업들 또한 은행과 혁신서비스를 내놓아도 속도가 붙지 않는 것이 보고체계와 조직체계를 거쳐 진행하는 형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구동성 지적은 '공급자 관점'이다.

경쟁사가 이종혁신으로 플랫폼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사이 뒤쳐지는 건 순식간이다. 은행에서도 이런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내놓을 때 은행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중소상공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은행의 주력분야는 아니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일 년 사이 이들을 보는 은행권의 위기의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관계자들도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빅테크의 대출서비스에 보이는 긴장감이 역력하다는 평가다. 대출은 고객이 장기간 이자를 납부하는 만큼 주 수익원중에 하나인데 그 수요가 점차 은행에서 인터넷전운은행과 빅테크로 이동하는 탓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내놔도 숨바꼭질하듯 찾아야 한다면 사용자 유입이 늘어날 수가 없다. 핀테크, 인터넷은행, 빅테크의 금융 플랫폼을 자세히 뜯어보면 화면구성도 내 맘대로, 상품은 보기 쉽게 배치돼있다.

은행권의 빅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오랜시간 굳혀온 습관적인 공급자관점을 내려놓고 소비자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시도가 필요한지 모른다. 관점의 변화라는 사소한 시도가 불러온 서비스의 '디테일'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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