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술혁신 컨트롤타워, 이대로 좋은가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차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논의도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관가에서는 새로운 부처 신설과 존폐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부처의 존폐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 등 일부 부처 외에는 박근혜 정부의 조직도를 대부분 물려받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손봐야 할 곳이 그만큼 쌓였을 터다. 현 정부들어 별도 위원회의 신설이 급증한 것도 지금의 정부조직이 급변하는 사회 이슈를 담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큰 폭의 조직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번 정부에서 신설된 조직들이 우선 관심이다. 한 켠에서는 미완의 완성을, 다른 편에서는 급조된 조직의 폐지가 거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관급 조직으로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도 그 중의 하나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노무현 정부가 과기부총리제와 함께 처음 만들었다가 MB정부에서 폐지됐던 것을 문재인 정부가 부활시킨 조직이다. 20조원에서 이제는 3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조정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함께 과학기술혁신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맡고 있다.

맡은 역할의 중차대함에 비추어 볼 때 정권교체에 따라 생겼다 사라지는 게 당연시될 정도로 가벼운 부서는 아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콘트롤타워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명확한 자리를 못잡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과기혁신본부도 마찬가지다. 출범 당시부터 반쪽짜리 부활이라는 평가와 함께 선수심판론에 시달렸다. 이제는 무려 36개 부처가 참여하는 R&D예산의 배분조정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괄하는 것은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격이라는 비판이다.

한편으로는 기재부로부터 예산권을 확실하게 가져온 것도 아니다. 이처럼 어정쩡한 상태에서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기부 장관이 부총리였던 참여정부 시절의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음을 상기한다면 단지 부처의 위상을 높이는 정도로는 해결될 과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지금은 참여정부 시절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과 혁신,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에서 ‘인문과학’과 ‘이노베이션’의 검토. 가로축은 기본법의 대상범위를 인문과학까지 확장하고, 세로축은 기본법의 목적을 연구개발에 의한 ‘혁신 창출’까지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이슈리포트 2021-15. '일본 과학기술행정체제의 진화 과정과 2020년 과학기술혁신기본법 개정에 관한 조사'에서 재인용]

다른 나라의 예를 보자. 일본의 경우 지난해 과학기술기본법을 과학기술혁신기본법으로 개정하고 올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는데 개정된 법의 가장 큰 특징은 법의 대상인 과학기술의 범위를 인문사회과학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법의 대상에 인문과학을 제외한다고 명시했던 것을 이번 개정에서 삭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법안들을 같은 형식으로 개정, 일본의 대표적인 자연과학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법까지 개정해 연구소의 목적에 인문과학을 포함하도록 했다.

이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제는 과학기술정책이 이공계의 R&D에 국한해서는 안되며 인문사회과학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것, 과학기술정책이 기술개발과 공급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이와 함께 '내각부 설치법'도 개정해 내각부에 ‘과학기술혁신추진사무국’을 설치하고 내각부가 과학기술정책을 총괄 조정하도록 개편했다.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청와대 소속으로 변경한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OSTP)을 내각 수준으로 확대하고 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직확대와 함께 부국장을 사회학자로 임명해 OSTP의 역할이 과학기술자문에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정 전반에 관여하게 한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미일의 움직임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과학기술정책을 좁은 범위의 연구개발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전반에 걸친 혁신 정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술 분야에 한정하더라도 학문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이 강조되는 것은 물론, 국가정책적으로는 종합조정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요약하면 국가 과학기술 콘트롤타워의 강화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의 융합, 이를 바탕으로 한 국가사회 혁신시스템 구축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이란 정부 예산에서 'R&D'예산을 따로 편성하고, 그 예산의 부처별 한도를 기재부가 설정하며, 각 부처는 기재부가 설정해 놓은 지출한도 내에서 'R&D'사업을 기획해 과기정통부에 예산을 요구하고, 과기정통부는 부처별로 예산을 조정해 기재부에 제출하고, 기재부가 다시 이를 증감해 국회에 제출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거시적인 차원의 국가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과학기술투자가 전략적으로 이뤄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예산배분 시스템은 확보된 밥그릇은 끝까지 지키고, 새로운 밥그릇을 쟁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하는 공무원 조직에 최적화된 시스템일 뿐이다.

일본이 새로 만든 과학기술혁신기본법은 과학기술혁신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의 다양한 과제’로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국경을 초월한 사회·경제 활동의 진전에 대응 등 일본이 직면한 과제 ▲식량 문제, 에너지 사용 제한, 지구 온난화 문제 등 인류 공통의 과제 ▲과학기술의 활용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중점법안으로 지난해 제정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연구개발활동에 종사하는 과학기술인들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투입됐지만, 정작 '혁신'이 무엇을 지향하는 지에 대한 비전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이 역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한계를 드러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직 대선 레이스의 초반이라 후보들간의 낯뜨거운 선전선동만 난무하는 상황이지만, 정치공방의 포연이 걷히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표현할 정부조직개편의 모습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 때 (민주당 재집권시) 참여정부의 계승을 완성하기 위해 과학기술부총리를 부활하고 혁신본부를 그 아래 둔다거나, (정권교체시) 민주당 정부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혁신본부를 폐지한다거나 하는 정치적이고 피상적인 논의만 전개된다면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과학기술 콘트롤타워의 재편은 불가피하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기술패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국가전략 수립은 물론 과학기술이 사회문제해결의 기반이 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진정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지금 같은 형태로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은 여러 정부를 겪으면서 확인된 사실인 만큼 새로운 국가혁신의 틀을 짜는데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 주기를 바랄 뿐이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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