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사전검사' 논란에 한발 물러선 정부…업계 의견 수용되나

'포장재 사전검사' 논란에 한발 물러선 정부…업계 의견 수용되나

환경부 생산자 자체 검사 일부 용인…가이드라인 나오지 않아 우려 여전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식품 등의 포장재 사전 검열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업계 반발로 일부 내용이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생산자 자체 검사 결과를 일부 용인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업계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 의무적으로 점검을 받아야한단는 의견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열린 전체회의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4일 대표 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상정, 논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 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 재질 및 포장 방법에 관한 검사를 받고 결과를 포장의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적용 대상 기업만 10만여 곳에 달한다.

법안은 공포 1년 뒤 시행되고 시행 2년 안에 기존 판매 제품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검사를 받지 않거나 검사 결과를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윤 의원실 측은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식품·유통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업계에서는 사전 검사에 따른 추가 비용, 이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과 신제품 출시 지연을 우려했다.

먼저 포장재에 대한 규제가 추가되면 그만큼 시스템 프로세스 전환에 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포장재 사전 검사로 추가적인 시간과 인력이 투입돼 제품 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며 "또 연말이나 밸런타인데이 등 시즌별로 상품을 출시해야 하는 경우에도 사전 검사로 제품 출시가 늦어져 '특수'를 노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품 포장지에 포장물과 내용의 부피 차이를 뜻하는 '포장공간비율'을 표시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변경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이나 온도가 중요한 제품의 경우 점도나 외부 온도 등에 따라 제품을 용기에 넣을 때와 시간이 지나 소비자가 사용할 때 제품 양에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이같은 반응에 환경부도 타협안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모든 포장재를 사전에 등록하도록 한 독일 신포장재법의 취지를 국내 실적에 맞게 적용한 윤 의원의 재활용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지만 원활한 제도 시행을 위해 윤 의원실 및 관련 업계와 협의한 결과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환경부가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스스로 포장기준 준수 여부를 검사하는 방안, 즉 자체 검사한 자료만 사전에 제출하는 방안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자체 검사를 하더라도 결국 환경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업계와 다시 충돌이 제기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이런 우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3일까지 포장재 사용 7개 업종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장재 사전검사 및 표시의무화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9곳(92.0%)은 포장재 사전검사와 결과 표시의무화제 도입이 기업 경영에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업계가 예상하는 구체적인 애로사항으로는 ▲표시 비용 부담 증가(59.3%) ▲제품출시 지연(20.7%) ▲과도한 벌칙규정(12.0%) 등의 순이었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국내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 중소기업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법안 도입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국회와 정부는 포장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해당 법안을 철회하고, 사후관리 강화 등 대책을 통해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