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부과해야…실효성 확보 필요


현행법 자율성 강해…내부통제 근거로 금융사 제재, 법해석에 반하는 것

'국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특별정책세미나'에서 주요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DB]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서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행 금융회사의지배구조에관한법률(지배구조법)에선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했을 뿐 준수하지 않을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은행법학회 주관으로 열린 '국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특별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금융회사 내부통제 작동을 위해 지배구조법률이 이같이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전문가들 "금융사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부과해야"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4장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등'에 관해 '제24조 내부통제기준' 1항에선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에선 자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3항에선 내부통제와 관련해 세부적안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할 뿐 미준수시에 대한 요건이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부통제 기준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내부통제기준에 대해 '준수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묵 법부법인 율촌 변호사는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사항을 금융회사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준수해야 하는 명시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면서 "즉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아 현행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미준수를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35조 '제재조치'에선 임직원에 대해 '해임요구부-6개월 이내의 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의 조치를 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장의 건의를 받아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내부통제 미준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 순 없단 설명이다.

◆금융당국, 금융사 내부통제 관련 제재…"법제정 취지에 어긋나"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최근 내부통제 기준 미준수를 이유로 금융회사를 제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배구조법 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법에선 그에 대한 근거 법률이 제시돼있지 않아서다.

김 변호사는 "금융당국은 최근 내부통제기준 위반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회사를 제재하고 있는데, 이는 지배구조법 제정취지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행 지배구조법 해석에도 반하는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또한 내부통제를 근거로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 명확성에 근거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은행권 내부통제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는 법령상 기준도 불명확하고 유사선례도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므로 명확성원칙과 예측가능성 등을 감안해 징계측면이 아니라 제도개선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계류 중인 개정안 보완 필요…자체 점검·제재 유도해야

또 이날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이 같은 부문을 포함해, 부작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1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현행법은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해, 금융회사 내부통제결과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이행관리 의무를 부여했다. 이 개정안에선 내부통제 준수의무는 있지만 세부 규정이 없다.

지난해 7월15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내부통제기준 및 위험관리기준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표시하고, 이를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세부규정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히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에서 나아가, 내부통제기준이 엄격한 회사와 엄격하지 않은 회사가 동일한 요건을 적용받으면 엄격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회사가 불리해지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부통제기준은 금융사 내규로 마련되는 만큼 자율성이 강해 오히려 상세하고 성실히 기준을 마련한 금융사가 불이익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김 변호사는 "금융회사 내규인 이러한 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제재를 할 경우, 규정을 상세하고 성실하게 마련한 회사는 더 많이 제재를 받게 되고 반면 허술하게 규정한 회사는 제재를 받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의 문구들은 추상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많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내부통제에 관해 모범회사들의 내부통제제도와 회사법사위원회의 지침서 등을 두고 있으며, 적절한 내부통제 보고절차를 수립하고 내부통제제도의 유효성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내부통제에 관한 규제를 법제화하기 보단 모범규준과 각종 보고서를 통해 규율하고 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현재 내부통제기준이 자율성이 강한 만큼 감독당국은 금융업계의 실무를 모니터링하고 내부통제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고, 금융회사의 자체 점검과 제재가 우선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은 내부통제의 구체적 실행에 있어서는 금융회사가 직접 관련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점검, 조사·감독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율규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통제 위반을 사유로 행정제재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그 내부통제 위반이 법령 위반이나 처분에 따른 행정상 의무 위반에 준하는 것이어야 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 및 제재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일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발적인 준수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잘하면 검사·제재시 인센티브 고려해야"

특히 내부통제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대표이사 등이 감시의무 및 관리·감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만큼, 감독당국의 검사·제재시 일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사외이사 등의 감시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승영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느 범위까지 어떻게 내부통제를 정비해야 이사가 감시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런 가이드라인은 기업들에게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고 법원에게는 적정성 판단을 위한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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