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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후 달라진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 DB]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1년이 훌쩍 지나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여 시간 동안 삼성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 관계사 인사팀장들은 최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임 위원장을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발전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양대 노총 전임 위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인구절벽, MZ 세대 부상 등 노사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소개하고, 지난 1년간 삼성 노사 관계에 대한 평가와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위한 방안 등을 제안했다.

특히 삼성 주요 계열사에 다수의 노조가 설립되고, 삼성이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등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발전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기 위해 강의를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직후인 지난해 6월 1일 문성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관계사 사장단 및 인사팀장을 대상으로 강의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르게 변화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은 건전한 노사 문화 정착을 위해 부단히 애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됐고, 일부 계열사에선 단체협약 등의 성과가 있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은 발전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동 전문가와 교수, 변호사 등으로 이뤄진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구성하기도 했다.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개최하는가 하면 경영진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도 일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노사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노조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부정적으로만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노사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기싸움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이 창사 이래 50년 넘게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만큼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정착하는 데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1년간의 변화를 되짚어보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변화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장통은 수반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성장통이 반복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견뎌내며 좋은 방향으로 노사 관계가 형성되길 기대해본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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