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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수를 대하는 5선 정치인의 '꼰대력'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조해진 의원은 3선이고 저는 5선입니다. 어떻게 헷갈릴 수가 있습니까?"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인 국회의원(조해진 의원)과 자신의 이름을 헷갈린 라디오 방송 사회자의 실수에 '선수(選數) 차'까지 거론하며 핀잔을 준 정치인이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5선·부산 사하을) 얘기다. 시쳇말로 '꼰대력 발산'이다.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조 의원은 '조해진 의원, 아니, 조경태 의원 지금 만나고 있다'고 말실수한 사회자에게 "그런 식으로 사회를 보면 안 된다"며 발끈했다.

사회자가 웃으며 "덕분에 조경태 의원의 이름은 우리 청취자분들 뇌리에 확실하게 박힐 것 같다"며 분위기 전환을 유도하자 조 의원은 "자꾸만 의도적으로 사회자님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어떻게 조경태와 조해진의 이름이 같나"라며 타박을 이어갔다. 말씨름은 사회자 입에서 "실수해서 죄송하다"는 말이 나오며 일단락됐다.

끝이 아니었다. 인터뷰 말미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는 사회자에게 조 의원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기어이 "조해진 의원은 3선이고 저는 5선"이라고 했다. 사회자는 또 "죄송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미안하라는 의미가 아니고, 게스트로 초대했으면 기본적인 (선수)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예민한 시기임을 고려해도, 사회자의 경쟁자 실수 거명이 선수 미숙지를 탓할 정도로 심기를 어지럽힐 일이었을까. 사회자가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고 웃음으로 넘기려는 자세를 취한 것에 자극을 받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모든 것을 감안해도 제1야당 대표를 노리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아쉬운 처신이라는 생각이다.

'셀프 디스(자기 비판)' 수준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정치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조 의원이 사회자의 실수를 가벼운 위트로 포용했다면 어땠을까. 굳이 선수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청취자들은 그의 순발력과 재치에 자연스럽게 중진의 경륜을 느꼈을 것이다. 조 의원을 처음 접하는 청취자에게 호감을 심어줄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그 대신 사회자의 '의도'와 '기본'을 지적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대여(對與) 비판 등 본래 인터뷰 취지 외에도 '이름 공방'으로 기사가 다수 보도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렇게 해서 국민에게 '5선 조경태'가 각인된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프닝이겠지만, 마냥 단편적인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단 한 번의 언행으로 정치인은 생사가 오가고, 정당은 전국 선거를 그르친다. 뜻밖의 '꼰대력 발산'이 거듭되면 조 의원은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 표심을 끌어모아야 하는 당에도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 향후 당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묶여서 회자될 수도 있다.

여의도에서 그의 선거이력과 정무적 감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같은 지역구에서만 5차례, 20년을 선택받았다. 그것도 민주당 소속으로 첫 3선을, 당적을 옮겨서도 재선을 거뒀다. 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특출난 매력과 정치력이 없었다면 어떤 선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발언 하나로 그를 '꼰대 정치인'으로 재단해선 곤란하다. 하지만 수많은 강점에도 단 한 번의 해프닝으로 민심의 외면을 받은 정치인은 숱하게 많다. 이해 여지가 있는 실수라면 너그럽게 받아주고, 때로는 스스로를 낮추는 관용과 위트의 정치를 조 의원이 앞장서 보여주길 기대한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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