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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필수아미노산 선호 본능의 원리 규명


KAIST 서성배-서울대 이원재 교수 공동연구, 네이처紙 발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동물은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시고, 혈당이 떨어지면 당을 찾아 먹는다. 필수 영양소(동물에서 합성되지 못해 음식물을 통해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가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이를 섭취하기 위한 행동 변화가 일어난다.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은 20 여종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10개의 아미노산은 우리 몸이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s; 이하 EAA)으로서 음식물이나 장내세균을 통해서만 보충된다. 인체는 EAA의 체내 결핍을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결핍된 EAA를 선호하도록 식성을 바꿔서 EAA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EAA들을 효과적으로 보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람뿐 아니라 대부분 동물에서 관찰된다. 이는 적정량의 EAA 유지가 동물의 생존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진화론적인 요소인지를 시사한다. 이러한 과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생체가 어떻게 체내의 EAA 결핍을 인지하는가?', `인지 후 어떻게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유도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공동연구팀은 체내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부족을 감지하는 장 세포와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규명해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논문명 : Response of the Drosophila microbiome-gut-brain axis to amino acid deficit).

연구팀의 이번 논문은 'EAA 결핍 인지', 'EAA를 선호하는 식성으로 변화 유도'라는 두 가지 현상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 최초의 연구 결과다.

(왼쪽부터) KAIST 김보람 연구원,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KAIST 제공]
(왼쪽부터) KAIST 김보람 연구원,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KAIST 제공]

필수아미노산 항상성은 수분 항상성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코알라의 경우 주된 먹이가 되는 나뭇잎의 섬유질을 직접 소화하지 못하고, 장내미생물이 나뭇잎을 분해해 흡수 가능한 영양소를 만들어 내면 이를 흡수한다. 그런데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분해할 수 있는 나뭇잎의 종류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코알라의 식성도 달라진다. 이는 같은 종의 동물들 사이에서도, 동일한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 개체가 보유하고 있는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식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어떤 유전자가 체내 EAA 부족을 감지하는지 찾아내고, 어떤 신호를 통해 부족한 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섭식행동을 조절하는지 규명했다. 또한 필수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장내미생물이 이러한 메커니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밝혀냈다.

실험은 유전자가 조작된 장내미생물을 초파리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필수아미노산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장내미생물을 통해 초파리가 다양한 EAA 결핍 상황에 놓이도록 하고 초파리의 생리학적 변화를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통해 조사했다.

연구 결과 장내미생물에서 장 신경세포를 거쳐 뇌에 이르는 필수아미노산 결핍 신호전달 및 식성유도 메커니즘이 분자수준에서 규명됐다.

요약하면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 초파리의 장 호르몬 중 하나인 CNMa 호르몬이 (그동안 장 호르몬이 발현된다고 알려진 내분비세포가 아닌) 장 상피세포에서 분비된다. 이는 장 상피세포가 필수아미노산 결핍을 직접 인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NMa 호르몬이 발현되는 과정에는 기존에 세포 내 아미노산 센서로 잘 알려진 Gcn2와 Tor 효소들이 신호전달에 관여한다. 분비된 CNMa 호르몬은 장 신경세포(enteric neuron)를 활성화해 뇌로 신호를 보내며 이로써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CNMa 수용체를 발현하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는 섭식행동이 증가하고 반대로 이 신경세포가 비활성화되면 필수아미노산 섭취 행동이 감소하는 것이다.

초파리의 필수아미노산 항상성 유지 기전 모식도. 음식 또는 장내미생물 유래의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되면, 장 세포의 Gcn2-Atf4와 Tor-Mitf 신호전달에 의해 CNMa 호르몬의 발현이 유도된다. 발현된 CNMa 호르몬은 CNMa 수용체를 자극하여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는 섭식행동을 일으킨다. [KAIST 제공]
초파리의 필수아미노산 항상성 유지 기전 모식도. 음식 또는 장내미생물 유래의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되면, 장 세포의 Gcn2-Atf4와 Tor-Mitf 신호전달에 의해 CNMa 호르몬의 발현이 유도된다. 발현된 CNMa 호르몬은 CNMa 수용체를 자극하여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는 섭식행동을 일으킨다. [KAIST 제공]

논문의 제1저자인 KAIST 김보람 박사는 "이번 연구로 장내미생물에서 동물의 장, 그리고 뇌로 이어지는 장내미생물-장-뇌 축을 통해 아미노산 결핍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초파리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에서도 이런 경로를 통해 장내미생물이 동물의 식성을 조절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장내미생물과 동물의 식습관이 장-뇌 축을 통해 조절된다면, 미생물 섭취라는 방법을 통해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인한 만성 질병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성배 교수는 "여러 영양소가 미각에 의해 피상적으로 1차 감지되지만 어떻게 체내에서 인지되고 섭식행동을 유도하는지에 관한 연구는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체내의 영양소 센서를 마우스나 복잡한 포유류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전자 조작이 쉬운 초파리를 이용해 영양소 센서를 규명한 후에 쥐나 인간에서 그의 대응체를 찾는 방법을 선택했다. 영양소 센서는 모든 개체에 중요하고 진화적으로도 보존돼 있을 것이어서 초파리에서 밝힌 센서들이 포유류에게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원재 교수는 "EAA 결핍 인지 시스템의 장애는 비정상적인 섭식행동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비만 및 당뇨와 같은 중요한 대사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EAA 결핍인지 시스템 및 관련된 섭식행동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비만-당뇨와 같은 중요한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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