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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모펀드 침체에 한국 떠나는 외국계 운용사들


 [그래픽=아이뉴스24 DB]
[그래픽=아이뉴스24 DB]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직접 투자가 급증한 반면, 간접 투자 상품인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한 탓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1년 동안 공모펀드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일반공모 펀드 규모는 20조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와 투자일임, 파생결합증권 등 다른 자산운용 수단의 규모가 연평균 29%, 51%, 29%씩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는 심각해 보인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 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공모펀드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잇달아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한국 법인인 블랙록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내 공모펀드 사업 부문을 분할해 DGB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대상은 블랙록자산운용이 국내에 설정한 26개 공모펀드 전체다.

호주계 맥쿼리투신운용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인만인베스트에 매각됐다. 맥쿼리투신운용은 약 70여개의 공모 펀드를 운용해왔다. 앞서 골드만삭스운용, JP모건자산운용도 한국 시장에서 짐을 쌌고, 피델리티운용은 한국 주식형 펀드를 굴리던 500억원 규모의 운용팀 사업을 접었다.

예전에는 외국계 운용사들이 해외 인기 펀드를 단독으로 들여와 판매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은 물론 해외 주식의 직접 투자가 크게 늘어나며 증권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상황에서 이같은 강점이 사라졌다.

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크게 성장하며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선호하는 것도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는 공모펀드 위축→운용자산 규모 축소→보수 감소→유능한 펀드매니저 이탈→평균 운용역량 하향→펀드 성과 악화→고객 신뢰 상실→자금 유출로 이어져 끊임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모펀드의 장점은 명확하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직접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겨 간접 투자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공모펀드는 여러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어 투자자가 일일이 감시나 개입하려는 노력 없이도 사모펀드와 같은 사고가 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소액으로도 세계 각국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까지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가 활용하기 가장 좋은 자산운용수단이기도 하다.

공모펀드 시장이 아직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공모펀드 산업 자체를 포기할 순 없다. 소액으로도 투자하려는 일반투자자들에게 공모펀드는 '투자의 기본'인 분산투자,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다. 무엇보다 투자가 쉽다.

그러나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경쟁력을 잃게 되면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일반투자자들은 마땅한 자산운용수단을 찾지 못하고, 전문지식 없는 고객이 사모펀드나 파생결합증권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구조가 복잡한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공모펀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성과 연동형 운용 보수' 유형 도입, 투자자 중심의 판매보수와 수수료 개선 등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앞서 온라인 채널 펀드 판매 활성화를 비롯한 각종 판매와 운용 규제를 정비하기도 했지만 침체된 시장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지만, 시장 활성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공모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무엇보다 파생결합증권이나 사모펀드와 같은 다른 자산운용수단과의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인투자자들은 펀드에 맡기는 것보다 직접 투자하는 게 훨씬 낫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한다.

정책적으로 공모펀드 시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결국 운용사와 판매사의 경쟁력 강화가 궁극적인 대안이다. 일각에서 동일한 상품에 대해 모든 판매사가 동일한 가격(판매보수)을 받고 판매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판매보수 수취방식을 개선해 판매시장에서의 경쟁을 지금보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판매사별로 서로 다른 보수 수준을 책정할 수 있게 되면 결과적으로 판매사 간 가격 경쟁이 나타날 수 있어, 그 혜택은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접 투자를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이 자산 배분을 통한 분산투자와 중장기 투자의 필요성에 눈을 뜨며 연금 계좌를 활용한 일부 간접투자상품의 경우 운용자산이 크게 늘기도 했다.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깊어진 지금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운용사와 판매사의 경쟁을 유도해 투자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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