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산업부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통과했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서 경쟁형(토너먼트) 방식으로 추진되는 첫 번째 대규모 프로젝트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총사업비 4천142억원(국비 3천742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고 밝혔다.
산업부의 알키미스트(Alchemist, 연금술사) 프로젝트는 10~20년 후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신산업·신시장 창출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특히 기존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틀을 벗어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도전적 연구주제에 대해 복수의 연구팀을 선정한 뒤 단계별로 탈락시키는 총 3단계 스케일업 경쟁형 방식으로 진행되는 첫 사업이다.
1단계에서 6개 팀을 선정해 1년간의 개념연구에 팀별로 2억원씩 지원한 뒤, 3개팀을 선정해 2단계(선행연구)에 5억원씩을 지원한다. 이후 1개 팀을 최종 선정해 5년간 연 40억원씩을 지원하게 된다. 최종 선정된 1팀은 7년간 최대 207억원을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연구주제도 초고난이도의 과제가 주어진다. 산업부가 2020년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과제들을 보면 ▲생각만으로 외부기기를 제어하거나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 신경 인터페이스 ▲세포 내에서 질병 유전자를 감시하고 자가 교정하는 기술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소프트 임플란트 ▲분자 레벨 프린터 ▲지표면에서 뜬 상태로 이동하는 개인형 이동수단 같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
김상모 산업부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혁신도전형R&D 사업 최초로 예타를 통과한 만큼,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향후 우리나라가 미래 신산업·신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알키미스트 사업의 예타 통과를 시작으로 도전형R&D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쟁방식 대규모 국가 R&D 첫 발…도전성 강화될까?
경쟁형 또는 포상금 후불형으로 대표되는 '혁신도전형' R&D는 그동안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과제성공율이 98%에 달하며 혁신성, 도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돼 온 것이다. 2019년 5월에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R&D 혁신·도전성 강화 방안’이 처음 제시된 이래 과기정통부는 '혁신도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알키미스트'라는 이름으로 '혁신도전형' R&D사업을 각각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연구과제 선정 및 성과 평가시스템의 한계와 중복투자에 대한 비판, 제도적 기반 미흡 등의 이유로 실제로 진행된 적은 없었다. 세부기술의 구체적인 제시 없이 추진되는 (기술비지정) R&D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의 벽을 넘기는 더욱 어려웠다.
과기정통부의 '인공지능(AI) 그랜드 챌린지'가 미국의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 챌린지와 유사한 포상금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 행정적인 처리는 기존 연구개발 사업과 같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12월2일 이상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대표 발의로 도전적 연구개발을 촉진·지원하기 위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경쟁형·포상금 후불형 등 다양한 방식의 국가연구개발 수행이 법적으로도 가능해졌다.
산업부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도 지난해 예타에서 탈락했다가 재도전 끝에 성공한 것이다. 작년에는 과기부와 함께 'G-First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각각의 사업을 합쳐서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산업부가 단독으로 추진해 예타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예타 신청 금액인 7천500억원에 비해 예산이 절반 가까이 삭감되기는 했지만 정부의 혁신도전형 R&D의 첫 발을 내딛은 의미가 크다.
산업부는 "과제성공에만 중점을 둔 연구 관행 속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면서 "특히, 이번 예타 통과는 범부처가 적극 추진 중인 혁신도전형R&D 사업군 중에서 처음으로 예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통해, 정부 내에 과감하고 혁신적인 R&D 사업이 더욱 확대되는 기반이 마련됐으며, 미국의 DARPA, 일본의 ImPACT, Moonshot과 같은 혁신도전형 R&D의 한국형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자평했다.
산업부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테마발굴을 위한 그랜드챌린지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매년 4개 내외의 테마를 발굴하고, 테마별로 알키미스트 테마PM을 임명해 과제의 연구 전주기를 관리함으로써 혁신적 연구성과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 6월 개정…혁신도전형 R&D 제도 완비

한편 지난 4월 30일 개최된 제1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는 '혁신도전형 R&D 추진 고도화 전략'을 논의했다. 이 날 회의에서 향후 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혁신·도전적 R&D사업은 '혁신도전프로젝트'를 통해서 추진하고, 산업영역 테마는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서 병행 추진하되, PM공유회의 등을 통해 부처간 협업·이견을 조정하는 하나의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경쟁형·포상금·후불형 R&D, 계속비 편성 등의 내용을 구체화한 시행령을 6월까지 개정하고 정책지정, 국외 전문가 서면평가, 기술구입, 목표 재조정 및 조기종료 등 과제선정·연구수행·평가 전주기에 유연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또한 안정적 예산지원을 위해 예산심의시 혁신도전형 R&D 사업군에 대해 일괄심의 적용 및 우선 반영하고, 총 사업비에 대해 수년간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업은 계속비 편성을 검토하며, 전체 정부 R&D에서 혁신도전형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혁신도전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는 ▲폐유기물의 기초원료(C2 단량체)화 공정기술 개발 ▲해난사고 신속 초동대응용 수공양용 AUV 기술개발▲다목적 성층권 드론기술 개발 등 5건의 테마도 내년부터 R&D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