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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허버허버·오조오억'…카카오, 남성혐오 낙인 '난감'


잇따른 남성 혐오 표현 논란 ↑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장가람 기자]지난달 '허버허버'로 몸살을 앓았던 카카오가 다시 남성 혐오 표현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내 사용된 신조어 '오조오억'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내 일부가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카카오]
카카오톡 이모티콘 내 일부가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카카오]

'오조오억'은 많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그러나 특성 여성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 혐오 단어로 분류됐다. 이에 다수의 남성 이용자들은 '오조오억' 표현이 사용된 '상식을 초월한 마음', '오늘도 힘차게! 고속토끼 비키' 등의 이모티콘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카카오는 급하게 음식을 먹는다는 표현의 신조어 '허버허버'가 남성 혐오 표현이라 판단, 관련 이모티콘 '망충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 '민초가 세상을 지배한다! 민초토끼!',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등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타인의 신체를 보고 감탄하는 표현인 ''ㅗㅜㅑ('오우야'의 모음) 표현이 들어간 '스웨크한 옥쨩의 SNS티콘' 역시 여성 혐오 표현 논란가 일자 판매 중단 조치했다.

◆ 정부, 이모티콘 규제 가이드라인 없어…자율규제에 맡긴다

현재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카카오가 마련한 윤리·비즈니스·저작권 필수 지침에 따라 심사된다. 지침은 크게 윤리와 비즈니스, 저작권 등 세 카테고리로 나뉜다.

윤리 지침에는 ▲범죄·폭력·성적 표현 등 미풍양속에 반하는 콘텐츠 ▲흡연 연상 및 흡연 조장 콘텐츠 ▲반사회적 내용이 담긴 콘텐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콘텐츠 ▲사람·사물·동물 등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내용이 담긴 콘텐츠 ▲심한 욕설 및 폭언 등이 담긴 콘텐츠 ▲특정 국적·종교·문화·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거나 불쾌감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콘텐츠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주거나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 자체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이모티콘에 대해 입점 불가 혹은 입점 후 판매 중단될 수 있다고 고시하고 있다.

'허버허버'와 'ㅗㅜㅑ' 등의 표현이 사용된 이모티콘의 판매 중단 역시 해당 지침에 따랐다. 카카오 측은 "초기와 달리 단어가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라며 "사용자 눈높이에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혐오 표현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은 없지만, 지난 1월 개정된 서비스 운영정책에 의거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증오발언 근절을 위한 운영정책을 발표하며 카카오 플랫폼 내 온라인 차별·증오 발언에 강경 대처할 것을 밝힌 바 있다.

꾸준히 혐오 표현 논란이 불거지지만, 해결책을 마련하긴 쉽지 않다. 언어 사용은 자의적 선택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마련도 쉽지 않아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신조어는 예상하기 힘들다"라며 "관련해서는 자율 규제를 권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다면 판단해 심의할 수 있지만, 미리 재단해 판단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에 휩쓸린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플랫폼으로서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여론에 휩쓸리고 있다는 지적도 인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는 인터넷 '밈'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 아울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민원에 따라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려, 앞으로 꼬투리 잡기식의 악성 민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문제가 된 단어가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근거 또한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30대 직장인 A씨는 "남성 혐오 표현인 줄 몰랐다"라며 "문제가 된 단어 모두 왜 혐오 표현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3월 '허버허버' 관련 이모티콘 판매 중단 당시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근거가 명확하지도 않은 남성들의 주장을 굴지의 IT 기업이 바로 주워 먹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현재 카카오는 관련 표현이 포함된 이모티콘의 판매 중단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창작자가 '오조오억'을 남성 혐오 표현이 아닌 '매우 오랜 시간'의 의미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디지털 공간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증오 표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라며 "증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이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현재 관련 내부 정책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가람 기자(ja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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