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수소동위원소 분리 더 쉬워진다


경상대 오현철 교수팀, 원전 오염수 속 삼중수소 분리 실마리 제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수소 동위원소를 높은 온도에서 더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원전에서 노심냉각후 버려지는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시킬 수 있는 동위원소 분리기술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방사성 삼중수소 분리 및 추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왔으나 경제성이 낮아서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대량의 오염수처리에는 활용되기 어려웠었다.

오현철 경상국립대 교수, 박지태 뮌헨공대 박사 공동연구팀은 유연한 나노 다공성 물질의 기공이 특정 조건에서 크기가 변하는 현상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고온인 액체질소 온도(영하 196℃)에서 수소 동위원소를 분리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의 수소 동위원소 분리공정 연구는 액체헬륨 온도(영하 254℃)에서 이루어졌으나, 오 교수 연구팀은 독특한 다공성 물질을 사용해 온도가 높아질수록 수소와 중수소의 확산 속도 차이가 더욱 커지는 현상을 규명함으로써, 수소 동위원소 분리공정 온도를 액체질소 온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표지 이미지. 기공 크기가 변하는 유연한 금속유기 골격체의 경우, 저온에서 수소와 중수소의 확산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는 구조 변화가 발생하며 중수소 확산이 빨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오현철 경상국립대 교수 제공]

◆플렉서블 금속-유기 골격체 사용해 액체질소 온도에서 수소와 중수소를 분리

수소 동위원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일은 중요한 도전과제로 꼽힌다. 수소와 중수소의 크기나 모양, 물리·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해 분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삼중수소를 포함한) 오염수를 희석시켜 바다로 방류할 계획인데, 이는 삼중수소 분리·포집 기술의 경제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소동위원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기 위한 연구로는 (미세한 기공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다공성 물질의 '양자체 (Quantum Sieving) 효과'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하다. 동위원소 간의 무게차이 (중수소는 수소 질량의 2배)를 이용해 다공성 물질의 좁은 공간에서 마치 체로 거르듯이 동위원소들을 서로 분리하는 것이다.

극저온 환경에서 수소 크기에 매우 근접한 기공에서는 수소(H₂)보다 무거운 중수소(D₂)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하 254℃에 이르는 극저온에서만 이러한 확산속도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고가의 액체헬륨을 사용해야 했다. 온도가 올라가면 수소와 중수소의 확산차이는 점점 줄어들게 되며, 77K(-196℃) 이상에서는 확산차이가 거의 사라져 분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연구팀이 제안한 소재에서는 액체헬륨보다 60℃ 가량 높은 액체질소 온도(영하 196℃)에서 수소와 중수소의 확산속도 차이가 3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압력, 온도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해 미세한 기공이 팽창되는 독특한 다공성 물질인 ‘플렉서블 금속-유기 골격체, MIL-53(Al)’ 를 사용했다.

이런 결과는 "금속과 유기물로 된 다공성 소재의 구조적 유연성과 동위원소에 대한 선택적 반응"에 의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소재는 수소 기체에 노출되면 작은 기공(0.26㎚)이 큰 기공(0.85㎚)으로 변하는 '호흡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중수소 분리에 적합한 기공 크기로 확장되고, 중수소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2차 확장이 일어나 중수소의 이동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을 다양한 온도 및 압력 조건에서 측정한 결과 주입 기체의 양이 많아질수록, 온도가 높아질수록 확산속도의 차이가 커지는 것을 발견하고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오현철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된 운동 양자체 효과를 이용한 중수소 분리 연구 중 처음으로 유연 구조 물질 내 수소 동위원소 확산 메커니즘을 보고한 연구"라고 소개하고 "작은 기공에서 큰 기공으로 바뀌는 호흡 현상을 활용해 액체질소 온도 이상에서도 수소동위원소를 분리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단단한 구조 및 유연한 구조에서의 수소 동위원소 확산계수 비교. 구조변화가 없는 단단한 구조의 다공성 물질 내에서 수소 및 중수소 확산은 저온에서 차이가 발생하지만 유연한 구조를 가진 금속-유기 골격체 내 수소 및 중수소 확산은 고온에서 확산차이가 발생하는 역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오현철 경상국립대 교수 제공]

◆원전 오염수 처리, 삼중수소 생산 등에 활용 기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보다 실용적인 수소동위원소 분리기술이 개발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유연한 금속-유기 골격체를 이용하는 전략은 다른 동위원소나 가스 혼합물을 분리하는 데도 응용할 수 있다. 핵융합 발전에서 고온(77K) 동위원소 분리시스템을 제작하거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전기분해해 삼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포집 저장하는 시스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철 교수는 "관건은 전기분해 비용이 될 것이지만, 오염수 처리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경제적인 부분도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많이 사용 중이지만, 전량 수입중인 중수소감소수(DDW, Depleted Deuterium Water) 제작에 활용 될 수 있으며, 수소 동위원소 분리 뿐만 아니라 헬륨3/4 같은 다른 동위원소 분리에도 매우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 교수는 "다만, 이번 연구는 높은 농도의 중수소 기체 분리 가능성을 검증한 것으로써 후쿠시마 오염수와 같은 낮은 농도의 삼중수소 액체 분리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 원자력기초연구지원사업 및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신소재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며 한국시간 기준 4월 07일 0시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사진 왼쪽부터) 오현철 교수, 박지태 박사, 정민지 박사과정, 박재우 박사과정[오현철 경상국립대 교수 제공]

◇논문명 : Elucidation of diffusivity of hydrogen isotope in flexible MOFs by Quasi-Elastic Neutron Scattering

◇저자 : 오현철 교수(교신저자/경상국립대학교), 박지태 박사(교신저자/FRM-II, 뮌헨공과대학교), 정민지, 박재우(이상 공동 제1저자, 경상국립대학교), 라이시 무하마드(Raeesh Muhammad) (공동저자, 경상국립대학교), 김진영 교수(공동저자, 서울대학교), 베로니카 그르지멕 박사, 마가리타 루씨나(공동저자, 이상 독일 베를린 헬름홀츠 연구소), 문회리 교수(공동저자, 울산과학기술원)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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