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감사위원' 투기세력 먹잇감 전락하나··· 재계 "보완책 절실"


경영권 '전방위 감독' 감사위 선임에 해외펀드 '3% 쪼개기' 실력행사 우려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조카의 난'으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지난달 26일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간 표대결이 재계의 큰 관심이었다.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화의 단일 최대주주로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박찬구 회장의 형이 고 박정구 회장인 셈이다. 당시 주총에는 박철완 전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함께 큰 관심을 모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안이었다.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금호석화측은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박철완 전 상무측은 이병남 전 BCG 한국대표에 대한 선임안을 각각 제출했다. 결과는 박찬구 회장측의 승리. 찬성률 69.3%로 박철완 상무측 30.5%를 크게 앞섰다.

26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소재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기홍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지난해 12월 현 정부와 여당의 주요 경제 분야 법안인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됐다. 기업 내 최고 의결기구는 이사회다.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및 주요 임원들의 경영활동을 감독할 감사위원회가 이사회 내 의무적으로 구성된다.

감사위원은 사내, 사외이사들이 맡는다.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결 사항이다. 통상 최대주주 및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큰 영향을 미친다.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감사위원도 종전까진 이렇게 선임된 이사들 중에서 위촉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정 상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은 주주총회에서 이들 이사들과 별도로 선임받는 절차를 거친다.

오너 가문 내 경영권 분쟁으로 큰 관심을 모은 금호석화는 물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는 개정 상법이 처음 적용되는 이번 3월 주총 시즌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함께 도입된 '3% 룰'이 처음 적용되면서 적어도 감사위원 선임에서만큼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크게 제한됐기 때문이다.

감사위원은 이사회 및 주요 경영진을 적극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기업의 회계와 경영진의 주요 업무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는 만큼 다양한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한 대기업 IR부문 관계자는 "이사와 경영진의 직무집행에 대한 적법성은 물론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계열분리, 구조조정, 회계결산 등 이사회 승인사항에 대한 광범한 감독권을 갖는다"며 "감사위원이 이사 선임과 함께 경영권 분쟁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감사위원 선임에서 소액주주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 기업 경영이 좀 더 주주친화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게 이번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의 취지다. 이를 위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지분 3% 이내에서 행사되도록 제한했다. 이른바 '3% 룰'이다.

이번 금호석화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이같은 3% 룰을 적용할 경우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는 물론 박찬구 회장,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의 의결권이 모두 3% 이내로 제한된다.

박철완 전 상무의 의결권 있는 지분이 10%, 박찬구 회장 본인(6.69%)과 자녀를 합쳐 14.84%, 국민연금이 8.25%지만 3% 룰에선 다른 일반주주들과 마찬가지 3% 이내에서만 행사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외 펀드를 비롯한 일반주주들은 물론 이들의 의결권에 영향을 미칠 ISS, 글래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들의 발언권도 이전보다 훨씬 세졌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지주사 또는 최대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감사위원 선임에선 불과 3%밖에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주총 전부터 일반주주, 소액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 매우 치열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위원 선임에서 최대주주 및 주요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크게 제한된 만큼 곳곳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당초 상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내 심사과정에서도 경영권 및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된다는 지적이 따랐다. 그 때문에 종전 정부안에 비해 다소 완화된 부분이 분리선출 대상이 아닌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예외를 적용한 부분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각각 3% 이내에서 제한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인데 이는 다른 일반주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개별 3%' 룰이다. 금호석화의 경우 박철완 전 상무가 3%로 제한된다면 박찬구 회장의 경우 7.98%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박 회장 본인과 장남인 박준경 전무(7.17%) 3%, 차남인 박주형 상무(0.98%)가 그대로 0.98%를 행사하게 된다. 이번 주총의 경우 회사측 제안대로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도성 가천대 경영대 석좌교수가 별도로 감사위원을 맡게 됐다.

금호석화의 경우 대부분의 안건에서 주주들의 표심이 박찬구 회장 및 사측으로 크게 쏠렸다. 경영권이 침해되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외 한진, LG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도 사측이 제안한 감사위원들이 무난히 선임됐다 .그러나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물론 3% 룰에 대한 재계 우려는 여전하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3% 이내로 지분을 나눠 주주제안으로 감사위원 선임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경우에 따라 이들이 고배당, 자산처분을 요구하는 등 심각한 경영권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외국계 투기세력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의결건 행사를 위한 주식보유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는 등 보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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